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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정 “8년 만의 복귀, 울 엄마 생각나는 얘기에 선뜻” [인터뷰]

입력 2019-01-10 00:15:01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로 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유호정. 데뷔 29년차에 접어든 그는 “예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을 지금까지 기억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 그것으로 위로와 보람을 얻는다”고 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유호정과 채수빈이 무녀 호흡을 맞춘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의 한 장면. 박성웅 오정세 하연수 이원근 최우식 등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이 함께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갑자기 연예인이 된 느낌이에요. 오랫동안 엄마로 살다가 안 하던 헤어·메이크업을 하고 다니려니 영 어색하네요(웃음).”

무려 8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배우 유호정(50)의 마음을 흔든 건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아련함과 포근함이었다. “이런 작품을 기다렸어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이 작품을 하면 나부터 행복해지겠다는 생각에 선뜻 하겠다고 했어요.”

유호정은 오는 16일 개봉하는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어린 나이에 홀로 딸을 낳아 악착같이 벌어 먹이고 입혀 길러내는 싱글맘 홍장미를 연기했다. 영화는 꿈 많은 가수지망생인 소녀시절의 장미(하연수)와 팍팍한 현실에 치인 엄마 장미(유호정)의 모습을 교차하며 그의 굴곡진 일생을 펼쳐나간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꿈도 사랑도 접고 자식만을 위해 인생을 바친 우리네 어머니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유호정은 “촬영 내내 15년 전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제게는 엄마에게 쓰는 편지 같은 영화”라고 말했다.

“꿈과 사랑에 열정적이었던 젊은 시절의 장미와 달리, 엄마가 된 장미에게는 나 혼자서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처절함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감정이 우울하게 그려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죠.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연기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유호정은 극에 적잖이 공감했다. 가장 뇌리에 남는 건 반지하 집에 홍수가 나는 장면. 그는 “중학교 때 집이 물에 잠긴 적이 있다. 엄마가 여동생과 나를 건너편 아파트로 피신시키고 혼자 가재도구를 챙기셨는데,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참 아팠다”고 회상했다.

“촬영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이렇게 감정이 앞서면 안 되는데, 싶어 참아보려 했지만 너무 힘들더라고요. 특히 ‘돈 많이 벌어서 엄마 호강시켜주겠다’는 딸 현아(채수빈)의 대사가 그렇게 가슴을 찔렀어요. 그 한마디로 내 인생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유호정은 “자극적 소재의 작품과 따뜻한 감성의 작품이 주어지면 난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한다”며 “납치당하거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딸을 둔 엄마 역할이 많이 들어왔었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 배우로서는 그 또한 해내야겠지만, 몇 개월간 그런 감정에 빠져있을 자신이 없다”고 털어놨다.

유호정이 직전에 출연한 영화는 복고 열풍을 일으킨 ‘써니’(2011)였다. 다시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저희 큰 아들이 열여덟, 작은 딸이 열다섯이에요. 곧 성인이 될 텐데, 아이들이 품을 떠나기 전에 엄마로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그는 “드라마 한 편 들어가 4~6개월 일하고 나면 아이들 생활습관이 달라져 있다.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는 것”이라며 “아이들 기억 속에 ‘우리가 자랄 때 엄마와 이런 시간을 함께했었지’ 하는 것들을 많이 남기고 싶다. 세끼 따뜻한 집밥을 해주는 것도 그런 마음에서다”라고 했다.

연기를 향한 애정은 여전하다. “현장에 있을 때 온전히 즐겁고 행복해요. 앞으로는 더 편안하게 내려놓고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이 생기면 언제든 해야죠.” 남편 이재룡(55)이 큰 버팀목이다. “제가 일할 때 남편이 쉬면서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거든요. 전 그래서 배우끼리 결혼하는 거 적극 추천해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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