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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대장암 환자 3000여명에 새 삶… 복강경수술 2시간내 종료

입력 2019-07-28 18:45:01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왼쪽)가 최근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수술이 이뤄지고, 수술 후 주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는 대장암 복강경·로봇 수술 전문가다. 2004년 5월부터 지금까지 구한 대장암(결장암, 직장암) 환자 수가 3000명이 넘는다. 이 교수가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최고의 수술 테크닉을 가진 대장암 해결사로 불리는 이유다.

이 교수는 직장암 로봇 또는 복강경 수술을 평균 2시간 내외에 마친다. 그래도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거의 없다. 복강경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개복수술 전환 비율이 2% 이내, 문합부(꿰매어 이은 곳) 누출률이 5% 미만에 그친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숙달이 돼 있다는 말이다.

이 교수는 28일 “대장암을 피하려면 되도록 동물성 지방이 많은 육류보다는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5세 이후 대장내시경 검사를 3~5년 주기로 받는 것도 중요하다. 암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선종성 용종 단계에서 조기 진압할 수 있어서다.

이 교수에게 대장암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들과 대장암 극복을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 “혹시 나도?” 하며 대장암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대장암은 우리나라 암 발생 및 사망 순위에서 5위 이하에 그쳐 관심권 밖에 있던 암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새로 발견된 우리나라 암 환자 수는 총 22만9180명이었다. 대장암은 이중 12.3%(2만8127명)를 차지해 전체 2위에 올랐다.

남녀 성비는 1.5대1로 남자가 더 많고, 연령대별로는 70대가 2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 26.5%, 50대 21.2% 등의 순서를 보였다. 전체 환자의 74.3%가 50세 이상 장·노년층이란 말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한국인 대장암 발생률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장암=서구암’이란 인식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 대장암 위험 신호는?

“대장암은 용종에서 시작되어 악성종양에 이르기까지 10~15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혈변, 복통, 체중감소, 배변 습관의 변화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대부분 일반적인 소화불량 증세와 비슷한데다 암이 꽤 진행될 때까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아 자각하기 어렵다. 특히 발암 초기에는 맨눈으로 확인이 안 되는, 미세 출혈이 대변 속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대장암 검진 때 소위 ‘분변잠혈검사’를 1차 검사, 대장내시경 검사를 2차 정밀검사로 선택하도록 권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는 대변을 보기 힘들 때, 변보는 횟수가 감소했을 때, 잦은 설사 또는 변비가 있을 때, 잔변감이 있을 때, 검붉은 색의 혈변을 볼 때, 변에서 참기 힘든 악취가 날 때, 콧물 같은 점액 변이 나올 때, 변이 가늘어졌을 때에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암으로 인해 배변 양상이 달라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용종이 있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

“대장용종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장에 뭔가가 혹처럼 튀어나와 있다는 거다. 형태에 따라 선종성 용종, 과형성성 용종, 연소성 용종, 염증성 용종, 포이츠 에그 용종, 점막용종, 지방종, 유암종, 평활근종, 림프관종, 심재성 낭포성 대장염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대장내시경 검사 때 우연히 발견되는 선종성 용종이다. 대장에 나타나는 양성 종양의 67~75%를 차지한다. 선종성 용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성, 즉 진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져 ‘암의 전 단계 병변’ 또는 ‘암의 싹’으로 불린다.

부모형제 중 한 사람이라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치료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암 발생에 대해 더 더욱 경계해야 한다. 전체 대장암 환자 중 10% 정도에서 유전성 대장암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 대장암은 주로 어느 부위에 생기고 치료는 어떻게 하나?

“대장은 크게 결장과 직장으로 구분되고 결장은 다시 맹장,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 그리고 에스결장으로 나뉜다. 결장에 발생하는 암을 결장암, 직장에 발생하는 암을 직장암이라고 한다. 부위별 암 발생빈도는 맹장과 상행결장 20%, 횡행결장 5%, 하행결장 및 S상결장 40%, 그리고 직장 35% 정도의 비율이다.

어느 부위든 가능한 한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제일이다. 수술은 개복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대부분 복강경을 이용한다. 특히 최근에는 직장암의 경우 로봇 팔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 직장암 수술 후 인공 항문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인공항문을 쓴다는 것은 본인이 타고난 항문을 쓸 수 없다는 의미, 즉 암 수술로 인해 항문의 고유 기능을 잃게 됐다는 뜻이다.

항문의 역할은 변을 스스로 조절하고 변실금(배변 조절 기능이 약해져 자기도 모르게 대변이 항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상태)이 생기지 않게 하는 일이다. 인공항문은 항문 가까이에 암이 생겨 이 기능을 상실하게 됐을 때 필요하다. 복부 쪽에 장과 연결되는 구멍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장루(腸瘻)’로도 불린다.

하지만 이런 인공항문 수술도 나날이 줄고 있다. 진행암 수술 시 일시적으로 사용할 뿐, 영구적으로 쓸 일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항문 근처에 생긴 암이라도 로봇 팔을 이용, 항문 괄약근을 최대한 보존해 스스로 배변을 조절하게 해줄 수 있게 된 까닭이다.”

- 현재 대장암 치료율 수준은?

“우리나라 암 치료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장암 환자들의 5년 평균 생존율(완치 기준)은 68.7%이다. 그렇다면 10명 중 약 7명은 완치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대장암 1기 환자들은 완치율이 90% 이상, 2기 환자들은 80%에 이른다.

대장암만 놓고 보면 암은 이제 더 이상 정복하지 못할 대상이 아니다. 조기 발견, 조기 수술로 완전히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대장암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재발을 막으려면? 대장암 예방수칙은?

“먼저 대장을 일부 절제한 경우, 남겨진 대장 쪽에 다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설혹 재발이 되더라도 정기검진을 통해 가능한 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육류나 기름진 음식을 자주,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기름진 음식으로 만들어진 변은 굳어서 아무래도 장에 장시간 머물게 되고, 그만큼 더 담즙산 같은 독성물질 분비를 촉진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수술 후 고기는 일절 안 먹는다는 이들도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가급적 기름진 고기 섭취를 자제하더라도 양질의 단백질 공급을 위해 살코기는 먹어줘야 한다. 특히 항암 치료 중에는 고단백질 위주의 영양 공급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음주와 흡연은 삼가는 것이 좋다. 장 점막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자전거 타기, 조깅,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자신의 체력에 맞게 적절히 매일 30분 이상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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