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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41.3도 펄펄 끓는 유럽… 불·독·네덜란드 ‘폭염 몸살’

입력 2019-07-26 04:05:01
프랑스 남서부 도시 벨랑-벨리에 시청 앞에 설치된 온도계가 23일(현지시간) 42도를 가리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 전역이 또다시 몰아닥친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 각지에서 40도를 넘나드는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해 사상 최고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는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프랑스 중부 비시 지역의 24일(현지시간) 최고기온은 41.3도였다. 기존 최고기록이었던 1983년 7월 41.2도를 0.1도차로 경신했다. 역시 중부지방에 속하는 부르주는 같은 날 40.2도를 기록했다. 500년 만의 폭염이 유럽을 강타해 수만명의 사망자를 냈던 2003년 7~8월의 39.9도보다 0.3도 높았다. 25일에는 프랑스 전 국토의 약 70%가 40도 이상의 고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말 갈라르그 르몽퇴에서는 기온이 45.9도까지 올라 프랑스 역사상 가장 더운 날씨로 기록됐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기상 관측 사상 최고기온이 연일 깨지고 있다. 벨기에 기상청은 24일 오후 2시30분 네덜란드·독일 국경 인근의 클라이네 브로겔의 기온이 38.9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 최고기온으로는 183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하지만 3시간도 못돼 다시 39.9도까지 오르면서 기록이 재차 경신됐다. 네덜란드 기상청은 브레다 인근 길제-리엔 공군기지의 기온이 39.2도까지 올라 1944년 8월의 38.6도를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폭염은 이번 주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닥치면서 지난 4월 화재로 큰 손상을 입은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성당 골재는 진화 과정에서 뿌린 물을 여전히 머금고 있는데 폭염으로 수분이 급속도로 증발되면 구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남부 지역 원자력발전소 2기를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폭염으로 인한 원자로 과열로 냉각수가 낭비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각국 정부는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인과 영유아 등 약자를 위한 보호조치에 나섰다. 일반 시민들도 일사병과 탈수 등 온열질환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프랑스 환경부는 충분한 수분과 영양을 섭취하고 직사광선을 피하며 음주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경련과 피로, 두통, 고열 등이 발생하면 의료기관에 신고하도록 했다.

한편 20세기 말 발생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지구온난화 현상은 규모와 범위에서 2000년 사이 전례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저널 네이처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베른대 지리학연구소 라파엘 노이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나무 나이테와 호수 침전물, 빙하 핵 등 700여개의 척도를 바탕으로 지난 2000년간의 기후변화를 추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특정 지역에서 기온이 장기간 상승하거나 하락한 시기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중세 온난기와 근세 소빙하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구 표면 전체가 한꺼번에 온난화 현상을 겪은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노이콤 박사는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고 있는지는 분명히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나타나는 온난화 속도와 공간적 범위를 미뤄 자연적 원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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