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건강

[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부인암 단일공 복강경·로봇수술 특화… 상처최소화 자부

입력 2019-09-08 18:20:01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백지흠 교수(가운데)가 로봇 수술로 자궁암을 제거하고 있다. 백 교수는 복강경 수술 약 2000여 회뿐 아니라 , 로봇수술 경험도 700여 회에 이를 정도로 최소상처 부인암 수술 경험이 많다.


아주대병원의 강점은 수천 건의 복강경 수술 노하우와 로봇수술 경험을 토대로 환자 맞춤 치료를 하는 데 있다. 특히 부인암 치료 쪽에 단일공 복강경 수술과 로봇수술을 선제적으로 시행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병원 산부인과 백지흠 교수는 부인암 절제 단일공(單一孔, 한 구멍) 복강경 수술 및 로봇수술 전문가다. 특히 부인암 환자를 대상으로 배꼽 안쪽으로 1.5㎝ 길이의 구멍을 만들어 그 틈으로 기구를 넣어 수술을 하는 ‘단일공 복강경’, ‘단일공 로봇수술’ 쪽에 경험이 많다. 관련 연구 성과를 국내외 학술대회와 국제 학술지에 여러 차례 보고했다. 현재 아시아부인과로봇수술학회 사무총장, 미국부인종양학회 학술위원, 국제부인암학회 교육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백 교수에게 부인암이 왜 생기는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먼저 부인암과 여성암의 차이부터 설명해 달라.

“말 그대로 여성에게 생기는 암이 여성암이다. 보통 남성암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부인암은 여성암 중에서도 생식기관에 발생하는 암만 따로 묶은 명칭이다. 흔히 자궁암으로 불리는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 난소암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2018 연례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신(新)환자는 총 3566명으로 전체 여성암의 3.3%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자궁내막암과 난소암 진단 환자는 각각 2771명(2.5%)과 2630명(2.4%) 수준이었다.

그러나 국가암검진과 백신 접종 사업 등의 영향으로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감소하는 반면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있는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과 함께 발생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자궁경부암은 어떤 암인가?

“자궁의 입구인 경부(頸部)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자궁경부암의 약 95% 이상은 우리가 흔히 자궁경부암 바이러스라고 알고 있는 HPV 감염으로 시작된다. HPV는 성생활을 하는 여성의 약 80%가 평생에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아주 흔한 병원체다. 다만 감염자가 모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감염 후 암으로 진행되기까지도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크다.

자궁암의 주 증상은 질 출혈이다. 따라서 폐경 후 하혈, 성교 후 출혈, 생리 사이의 비정상적인 출혈(부정출혈) 등 평소와 다른 양상의 질 출혈 발생 시 가까운 산부인과를 방문,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초기에는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자궁내막암도 HPV 감염과 관련이 있는가?

“아니다. 자궁내막암은 HPV 감염과 관련이 없다. 자궁내막은 임신에 성공하면 수정란이 착상되는 곳이다. 임신이 안 될 경우 내막이 떨어져 질 밖으로 배출된다. 바로 월경(생리)이다.

여성호르몬 중 하나인 에스트로겐에 많이 노출되면 이 내막이 두꺼워지고, 암으로 변할 수 있다. 자궁내막암이 생기는 이유다. 결국 생리를 많이 할수록, 다시 말해 생리를 쉬게 되는 임신과 출산 횟수가 적을수록 내막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특히 초경이 빨랐던 여성, 폐경이 늦은 여성, 한 번도 임신을 하지 않은 여성, 비만한 여성은 조심해야 한다. 경부암과 마찬가지로 부정출혈이 있을 경우 즉시 산부인과를 방문, 초음파 검사와 자궁내막 조직검사 등을 받아봐야 한다.

자궁내막암은 주로 55~65세 때 발견된다. 원인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에스트로겐 과다 노출 등과 같은 위험인자가 자궁내막 세포에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비정상적인 암세포가 자라게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난소암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다고 들었다.

“그렇다. 난소암은 병이 상당히 깊어질 때까지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나 신체 변화가 없다. 초기에 증상이 있다고 해도 복부 팽만감, 월경 불순, 변비, 빈뇨 등 애매한 증상이 대부분이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환자 10명 중 7명이 3기 이상으로 암이 진행된 뒤에야 발병 사실을 알게 될 정도다.혈액 내 난소암 수치를 측정하는 종양 표지자 검사, 골반초음파 검사 등을 해봐도 조기 진단율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 자궁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발이 잦고 사망률도 46%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건강검진 때 초음파 검사에서 난소에 혹 같은 것이 보이면 3∼6개월 정도 간격으로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폐경기 이후 난소에 혹이 보일 경우 악성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난소암의 원인은?

“90%는 배란 과정의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본다. 난소암은 배란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나팔관과 난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암이다. 배란을 많이 할수록 발병위험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다달이 배란을 하는 가임기 때 임신과 출산을 하면 배란 횟수가 10회 이상 줄어 난소암 위험도 그만큼 낮아진다.

나머지 약 10%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돌연변이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연구결과 BRCA(브라카)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은 정상 유전자를 가진 여성보다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10여 년 전 미국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이 유전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유방과 난소를 암 예방목적으로 절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적도 있다.”

-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암의 종류와 병기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발견이 되면 어떤 경우든 수술 치료가 원칙이다. 암의 종류, 공격성, 전이 여부 등에 따라 수술 후 보조적으로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더하기도 한다.

수술은 피부 절개 범위가 커서 큰 흉터가 남고, 회복 기간도 긴 개복수술보다는 미용효과가 좋은 복강경 수술과 수술 시 좁은 골반 안에서 수술기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로봇수술을 많이 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수술 상처를 최소화하여 흉터도 거의 남지 않고 회복도 빠른 이점이 있어서다.

특히 단일공(한 구멍) 복강경 수술은 창을 3개 이상 만들어야 했던 기존의 복강경 수술과 달리 배꼽 안쪽에 1.5㎝ 길이 구멍 한 개만 뚫고 시행하는 방법이어서 인기를 끈다. 일반 부인과 질환인 자궁 근종과 양성 난소 종양의 제거는 물론 자궁절제수술에서부터 부인암수술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난소에 양성종양이 생겨 수술이 필요한 가임기의 젊은 여성 또한 수술 시 발생할 수 있는 난소의 상처를 최소화하여 수술 후 난소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 특히 로봇 복강경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일 수 있고, 회복도 빠른 이점이 있다.”

-자궁과 난소를 지켰으니 추후 임신 출산 계획을 세워볼 수도 있겠다?

“그렇긴 하다. 실제 암 수술 후 임신에 성공, 2세를 가진 부인암 생존자들도 여럿 있다. 하지만, 가임력을 보존하는 치료는 대부분 암의 초기 단계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가임기에 부인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당장 임신 계획이 없다면 수술 전 난자를 미리 채취, 동결 보존하는 등 재발이나 치료 실패 시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