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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펜스 급파 터키 추가 압박… 에르도안 “휴전은 없다”

입력 2019-10-17 04:10:01
뉴스 카메라맨이 16일(현지시간) 터키 남부 접경지역인 세일란피나르의 언덕 정상에 올라 쿠르드족 요충지 라스알아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터키군은 시리아 침공 8일째인 이날 로켓포 등 중화기를 동원해 라스알아인을 포격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군이 설정한 안전지대에서 쿠르드족이 철수하면 시리아 침공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르드족 공격에 나선 터키를 향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을 터키로 급파하기로 했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조치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자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터키는 군사작전 강행을 공언했고, 미국이 취하는 경제 제재 조치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리아에서 미국이 ‘배신자’ 취급을 받고 있으며 러시아가 ‘믿을 만한 동맹국’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우승팀 초청행사에서 “(터키에)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주요 장관 3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내 자산 동결, 미국과의 거래 중단 조처 등이 포함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경제 제재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대(對)터키 철강 고율관세, 무역협정 추진 중단 등은 투자자들의 심리만 해칠 뿐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 저지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펜스 부통령을 터키에 급파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행정부 고위관리를 인용해 펜스 부통령이 24시간 내에 터키를 찾아 터키·쿠르드 간 휴전을 모색한다고 전했다. 대표단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터키는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계속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그들(미국)은 우리에게 휴전을 선언하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결코 휴전을 선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터키 언론이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 앙카라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펜스 부통령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가 언론청이 다시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 만날 것”이라며 정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 이후 시리아에서 미국은 배신자로, 러시아는 믿을 만한 동맹국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동의 승자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1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15일 아랍에미리트(UAE)를 잇따라 방문했다.

사우디 고위관료는 CNN에 “사우디에 하나의 전략적 파트너(미국)가 있던 시절은 지났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동 국가들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CNN은 푸틴에 대한 환대는 사우디가 미국에 보내는 경고 사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시리아 국경지역에서 가장 긴장이 첨예한 곳은 북부 만비즈다. 이곳은 쿠르드민병대(YPG)가 2016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고 장악한 요충지다. 터키군과 쿠르드족·시리아 정부군은 병력을 만비즈에 집중시키고 있다. 러시아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이 만비즈와 주변 지역을 장악한 상태지만 터키군이 공세에 나서면 격렬한 전장이 될 수 있다.

러시아군은 만비즈 일대를 순찰하며 양측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의 알렉산더 라브렌티예프 시리아 특별대사는 “터키와 시리아군의 충돌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미군이 했던 일을 러시아군이 대신 하는 것이다.

권중혁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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