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기독교 생명윤리 지키려면 먼저 신학과 신앙부터 바로 세워야”

입력 2020-01-10 00:10:01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성경 중심의 기독교적 생명 윤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사진=게티이미지


“사람의 사망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심장이 뛰느냐, 멎느냐요.” “그럼 생명이 시작됐다는 판단의 기준은요?”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7일 만난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에게 낙태를 반대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 소장은 역으로 질문을 던짐으로써 정확한 답을 알려줬다. 바로 ‘수정됐을 때’였다. 의학적으로 임신 6주 차가 되면 초음파로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낙태는 심장이 뛰는 생명체의 목숨을 앗아간다. 이 소장이 낙태를 반대하는 명확한 이유다. 성경도 생명윤리를 강조한다. 십계명에선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 10가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생명윤리다.

낙태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낙태를 옹호·조장하는 게 교회와 기독교를 공격하는 첫 단계라는 것이다. “교회를 공격하는 강력한 도구는 ‘성’입니다. 그 시작이 낙태이고 동성애, 젠더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교회를 무너뜨립니다.”

영국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영국은 1968년 임신 24주까지 포괄적 낙태를 허용했고 2006년 차별금지법인 평등법을 통과시켰다. 2013년부터는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했다.

이 소장도 낙태를 반대하며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사회 경제적으로나 건강상 문제로 낙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성폭력 등으로 임신한 경우다. 피해자인 여성에게 낙태 반대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한국교회 내에서도 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이 소장은 미국의 레베카 키슬링이란 여성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지난해 심장박동법 제정을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회 공청회에 나와 “어머니는 성폭행으로 나를 임신했고 무허가 시술업소를 찾아 낙태를 시도했다”고 했다. 이어 “살아야 할 가치를 타인이 정해서는 안 된다”며 “사람들은 나에게 ‘악의 씨’ 등의 타이틀을 붙였지만 나는 살아있어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레베카 사례를 들어 성폭력으로 임신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이 소장은 “우리사회가 피해 여성들의 아픔을 함께 안고 가야 한다”며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출산 후 회복하고 심리적 고통도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소장이 생명 살리기(낙태반대) 3대 원칙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원칙의 기본 얼개는 ‘모든 생명은 보호받아야 한다’ ‘상업주의를 배격한다’ ‘양심에 반하거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출산의 책임을 피하는 남성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부성보호법, 낙태를 상담해 준 의사와 수술 의사를 분리하는 등의 방안도 담았다. 낙태죄를 대체하는 법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도록 할 계획이다.

사회와 교회가 여성의 무분별한 낙태를 막을 수 있음도 확인했다. “지난달 초 한 기관에서 미혼모 여성을 만났어요. 임신 22주차 때 낙태를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센터 관계자를 만났을 땐 낙태를 하기 전 자궁 경부를 넓히는 기구까지 넣은 상태였고요. 그런데 상담을 받고 ‘생명을 죽여서는 안 되겠다’며 마음을 돌렸대요.”

미국은 교회를 중심으로 낙태반대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의 생명운동 지원단체 세이브더스톡스 이야기를 전했다. 이 단체는 42대의 버스에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고 사람들에게 그 소리를 듣게 하는 방식으로 낙태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미국 교회들의 40년 전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하기 위해 이 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1973년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내렸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내렸을 당시 미국 교회는 자유주의 신학에 물들어 있었고 낙태에 상당히 유화적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설교를 들은 정치인들과 법관들도 낙태에 유화적인 입장에 서게 됐고 이 같은 판결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죠.”

‘지금 한국도 40년 전 미국과 비슷한 게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낙태를 허용했다. 이 소장도 한국교회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봤다. 낙태 문제에 대한 교육을 성경적 관점에서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헌재 결정이 나오고 가톨릭은 100만명이 반대서명을 했는데 교회는 서명자가 20만여명에 불과했어요. 부끄러웠어요. 교회가 성경적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구나 싶었죠.”

지금이라도 낙태에 대한 관점을 성경 중심으로 본다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신학이 바로 서야 신앙이 바로 서고 생명이 바로 선다’는 게 이 소장이 주장하는 핵심이다.

성경 중심으로 가치관을 바꾸는 것은 신학교에서 시작돼야 한다. 목사들이 설교를 통해 신자들을 제대로 교육해야 하는데 신학교가 목사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면 소금의 맛을 잃게 됩니다. 화목과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죄를 받아들이면 소금은 맛을 잃게 됩니다.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 될 수 있지만, 하나님이 주신 절대 진리를 따르는 게 한국교회와 기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봐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