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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장 ‘스톱’ 잇단 연장… 국내 기업들 부품 조달 초비상

입력 2020-02-03 04:10:0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해 춘제(春節) 기간을 잇따라 연장하면서 해당 지역에 공장을 둔 기업들의 제품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2일 업계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후베이성 정부는 춘절 연휴를 오는 13일까지 재연장했고, 상하이시·장쑤성·광둥성 등은 기업들의 연휴 기간을 9일까지 연장했다. 국내 기업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장 일부만 가동하거나 부품 수급 상황을 긴급 점검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쑤저우 가전 공장의 가동을 8일까지 중단할 예정이다. 반도체 공장 대부분은 정상 가동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 중인 시안 2공장의 경우 전문 인력 잔류가 불투명해 가동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상황을 면밀히 파악 중이다.

장쑤성 우시에 공장을 둔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영향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막 회복세에 접어든 반도체 시장의 국면 전환도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고, 5G 스마트폰 확산 등으로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이번 사태가 ‘악재’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장 중국 업체들의 생산 차질로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점차 우려가 더 커지는 분위기다.

LG전자도 10여곳에 이르는 현지 공장이 멈춰 있는 상태로, 10일부터 재가동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옌타이 모듈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정상 가동 중인 난징과 광저우 공장도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 창저우 배터리 조립공장도 9일까지 생산라인 가동을 멈춘다. 본격 납품이 하반기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국 옌청 배터리 공장도 건설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게 됐다. LG화학은 중국 난징 배터리 공장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타격도 현실화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중에서도 전선 제품 ‘와이어링 하니스’(와이어링)가 중국에서 대부분 생산되고 있어 피해를 키우고 있다. 와이어링은 사이드미러 등과 같이 나중에 따로 조립할 수 없고, 10여 가지 종류의 다른 와이어링이 초기 단계에 모두 조립돼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생산 중단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와이어링을 공급받는 1차 협력업체인 유라코퍼레이션 등의 중국 공장이 9일까지 휴업을 연장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다. 차종마다 재고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특히 인기가 많은 팰리세이드나 제네시스 ‘GV80’ 등 모델을 중심으로 재고가 더 빨리 바닥나 이르면 3일부터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인도 등 다른 지역에서 부품을 최대한 조달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화에 대비해 최대한 공백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등 업체들도 비상이 걸린 것은 마찬가지다. 와이어링 공급 업체인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옌타이 공장 역시 9일까지 가동이 중단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쌍용차는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

국내 업계는 이 같은 사태 확산에도 중국 정부의 교통 차단과 국경폐쇄, 수시로 바뀌는 지방 정부의 지침 등 변수가 많아 사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측하지 못한 질병 변수가 발생하면서 중국에 공장을 두거나 현지로부터 공급을 받는 업체들 모두 답답한 상황에 빠졌다”고 말했다.

김성훈 임세정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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