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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휩쓴 ‘디렉터 봉’… 명실상부 세계적 거장으로

입력 2020-02-10 12:05:01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각본상을 받은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 영화 팬들 가운데 ‘디렉터 봉’을 모르는 이는 이제 아무도 없을 테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할리우드 최대 축제 아카데미(오스카)의 최고상까지 석권했다. 한국, 그리고 아시아를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적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봉준호(51) 감독의 아카데미 다관왕은 예견된 결과였다.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휩쓸었는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 작품성에 대한 인정이었다면 아카데미는 상업적 가치까지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봉 감독의 작품은 대중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작품성을 추구한다. 다시 말해 예술과 상업, 로컬과 글로벌 등 모든 면에서 경계가 없다”면서 “그런 유연함이 거장을 만드는 힘”이라고 말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한 영화가 거둘 수 있는 성취는 대중적 성공과 비평계의 인정, 영화제와 영화상 수상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 ‘기생충’은 그 모든 걸 다 이뤘다. 한국영화사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 전체를 놓고 봐도 이런 성과를 올린 사례는 없다”면서 “한국영화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고 평가했다.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영화시장에서 봉 감독의 지위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봉준호 개인으로서는 앞으로 기술적·자본적으로 본인이 시도해 보고 싶은 만큼 해볼 수 있는 바탕을 구축한 셈”이라며 “글로벌한 대형 영화사나 투자사, 뛰어난 스태프와 일할 수 있는 개런티를 얻은 것이다. 봉 감독이 예산 1000억원짜리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벌써 기대가 된다”고 했다.

하재봉 영화평론가 역시 “앞으로 봉 감독은 할리우드 메인 시스템 안에서 훨씬 더 우월한 입지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평론가도 “봉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그 이상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성취를 거뒀다. 향후 최소 10년 동안은 세계무대에서 봉준호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더불어 한국영화 전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기회삼아 국내 영화계의 질적·양적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의견이 덧붙는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종전보다 몇 단계는 높아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봉 감독 이후 앞으로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갈 젊은 감독들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계 전체에서 제2의 봉준호, 제3의 봉준호가 나오기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영화계 생태계를 튼튼히 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와 규모의 영화들이 제작돼야 한다 ”고 조언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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