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성경 속에 나오는 색깔 ‘파랑’] 마음 어두울 때 하늘을 보라 파란 하늘나라에…

입력 2020-02-28 02:30:01

 
파란색은 ‘천국의 문’ 상징이기도 하다.
 
조토 디 본도네의 ‘동방박사의 경배’



색채 심리학자들은 파랑은 모든 색 가운데 가장 심오한 색이라고 말한다. 마음대로 만질 수 없으면서도 모든 것을 보호해주고 모든 것을 덮어주는 파란 하늘은 초월적인 존재와의 만남을 경험하게 한다. 따라서 파랑은 실존하면서도 초월하는 하나님의 임재를 묵상하게 한다. 윤동주 시인이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고 노래했듯이 하나님의 임재는 불안과 고독, 절망이란 현실을 극복한다.

하늘과 바다의 색인 파랑은 광대함과 무궁함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경이로운 것과 닿을 것 같으면서도 닿을 수 없는 하늘처럼 우리가 실제로 호흡하고 접촉하면서도 전혀 접촉할 수 없는 색으로 느껴진다. 날마다 호흡하면서도 느끼지 못하는 공기처럼 입술로만 주님을 믿는다고 고백하지만 매 순간 주님의 임재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또 파랑은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무료한 일상에서 도피시켜 주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준다. ‘청운의 꿈’ ‘청신호’ ‘푸른 꿈’ ‘푸른 하늘’ 등에 담긴 정서는 우리 안에 있는 꿈과 이상을 끌어낸다. 파랑은 ‘마음’을 표현하는 색상으로 여겨지며 진정 기능이 있다.

하늘의 색, 기도의 색

파랑(청색)은 성경에서 하늘나라, 하나님의 보좌, 거룩, 진리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청색은 히브리어로 ‘테켈레트’. 고대에는 자색과 함께 바래지 않는 색으로 성막(출 25:4, 26:1), 제사장의 옷(출 28:31), 조복(에 8:15), 솔로몬 왕궁의 문장(대하 2:7,14; 3:14) 재료로 사용됐다. 특히 청색은 실, 끈, 천, 의복 같은 다양한 형태의 염색한 물체를 묘사하는 데 쓰였다(출 26:4, 31, 39:22, 민 4:7). 하나님은 기명(성막에서 사용된 그릇이나 기구)이나 옷을 만들 때 그 색깔을 지정하셨다. 빨강(자주, 주홍) 파랑 초록 하양 이 네 가지 색은 성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또 그들은 주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청색 자색 주홍색 실로 성소에서 섬기기 위한 예복을 만들었으며 또 아론을 위한 거룩한 의복을 만들었더라.”(출 39:1)

하나님의 신성을 나타내는 파랑은 하나님을 대신하는 제사장 옷의 색이다. 하나님은 “에봇의 겉옷을 모두 청색으로 만들라”(출 28:31)고 했다. 에봇은 제사장의 의복으로 가슴과 등을 덮는 긴 조끼 모양의 상의이다. 에봇의 겉옷이 하늘과 바다의 빛을 내는 푸른색이었다. ‘영광스러운 하나님 보좌’에 관련된 의미이다. 아론이 성소에서 섬기는 일을 할 때 거룩한 옷인 에봇을 입고 제사장 직분을 행했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70명의 장로와 언약을 맺으실 때 “이스라엘 하나님을 보니 그 발아래에는 청옥을 편 듯하고 하늘같이 청명하더라”(출 24:10)고 하셨다. 청색은 ‘그리스도의 신성’,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하나님의 거룩성을 의미한다.

모든 이스라엘인 옷자락 끝의 술 위에는 청색 끈을 달았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대대로 그들의 옷단 귀에 술을 만들고 청색 끈을 그 귀의 술에 더하라.”(민 15:38) 실제로 고대 중근동에서 옷단에 옷 술을 다는 것은 이스라엘만의 고유 풍속이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도 있었다. 고대에는 이 옷 술이 착용자의 높은 신분 표시였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들을 높은 신분으로 대우해 옷 술을 달도록 명령하신 것 같다. 그러나 옷 술과 관련해 다른 나라와의 차이점은 옷 술 자체보다 옷 술에 더해진 ‘청색 끈’이었다. 청색은 하늘나라를 상징한다.

황금보다 비싼 파란색 물감

“청색은 지중해의 나팔 조개에서 채취한 제비꽃 색깔의 값비싼 염료로서 성막의 휘장이나 대제사장의 예복 등의 색실에 사용되었다. 랍비들에 의하면 청색은 바다색과 비슷하고 바다는 하늘색, 하늘은 영광의 보좌 색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속한 백성이며 그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영민 번역 주석 ‘원문 성경’ 중에서)

파란색은 한때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색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파란색 물감이 황금보다 비싼 이유는 원료가 되는 청금석이 유럽에 없었기 때문이다. 청금석은 인도양이나 카스피해 등에서 나는 짙은 파랑에 흰색 줄이 있는 고가의 광물로 사람들은 이를 황금처럼 여겼다. 화가들은 푸른빛을 화폭에 담기 위해 바다 건너 들어온 청금석을 곱게 갈아 대리석과 섞어 사용했다. 그릴 수 있는 대상은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에 국한됐다. 이탈리아의 조토 디 본도네가 그린 ‘동방박사의 경배’엔 성모 마리아가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이 지워져 흔적만 남아있는데 파란색이다.

파랑은 ‘하늘의 색’이다. 마음이 어두울 때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기도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파랑은 깊은 성찰과 반성을 끌어내는 ‘기도의 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사람이 고난의 시기를 지나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로 영적인 연대감을 견고히 하는 것이다. 목회자들은 “각자 처한 곳에서 감염된 환자들을 위해, 일선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위해, 코로나19 여파로 생계가 어려워진 이웃을 위해 평안을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파란 하늘을 한번 바라보고 생명의 근원인 그리스도를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뉴콘텐츠부장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