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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갈등하고 화해하기

입력 2020-03-12 12:10:01


류호준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서 ‘교회에게 하고픈 말’에서 ‘일부 목회자들은 성경을 무시하고 많은 교인들은 성경에 무지’해서 현대 교회들이 자기중심적 신앙, 무차별적 고소·고발,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도덕성 등 교회의 적폐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요새 교인들은 교회에 출석해서 하나님을 알아가기보다 교회를 알아가기에 열심인 듯하다는 비판도 있다.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기독교의 본질인데 많은 크리스천들은 하나님과 이웃을 실제 자기 삶 가운데서 사랑하기보다 관심을 표하고 사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닌가 싶다. 크리스천은 무슨 일을 할 때 하나님이 중심에 계셔야 한다. 내가 중심이 되는 순간 또는 나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순간 곧 갈등은 시작된다. 성도 간의 교제도 하나님이 중심에 계시지 아니하면 불편한 관계로 발전하고 교회 중직을 맡은 직분자들 가운데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에 크리스천 공동체는 하나님이 중심에 계셔서 혹 덜 논리적이더라도 보다 갈등이 적어야 하는데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물며 수많은 세상적 조직 공동체에서의 갈등은 오죽할까.

창세기 4장에 나오는 가인과 아벨의 갈등을 보면 인류 시작과 함께 갈등은 생겨났다. 가인이 하나님께 바치는 제물을 하나님께서 인정하지 않으시고 아벨의 제물은 열납하신 데서 갈등이 시작됐다. 하나님과 사람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하나님은 예수님을 화목제물로 이 땅에 보내셨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의 갈등이나 사람과 자연만물의 갈등도 바로 이러한 예수님 희생 정신에 바탕을 두고 풀어 나가야 한다.

갈등으로 상처 입은 자들의 곁엔 치유하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 상처 입은 사람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사람은 ‘이미 상처 입었던 경험자’이다. 혹 교회에서나 조직에서 상처 입은 자들이 있다면 내가 효과적인 치유자가 되기 위해 미리 상처를 받았구나 생각하며 회복해야 한다. 레위기에 보면 화목제물로 사용됐던 소, 양, 염소를 그날이 지나가기 전에 먹으라는 말씀이 있다. 화목제물의 정신은 우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혜와 감사를 바로 여러 사람과 나누라는 것이다. 혹 나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포용해서 내편 네편 가르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 아닐까. 그런데도 실생활에서 살다 보면 ‘내가 왜 이렇게밖에 못할까’라고 생각될 때가 많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이 마침내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돌아가심으로써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불화관계가 끝났다. ‘그의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이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하게 되기를 기뻐하심이라.’(골 1:20) 갈등이 화해로 바뀐 데에는 그냥 된 게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이 있었던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등의 포퓰리즘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과정을 들추지 않더라도 국가와 민족 간의 갈등관계·이해관계가 갈수록 첨예화돼 감을 알 수 있다. 편가름이 점점 많은 세상에서 크리스천들은 갈등을 만드는 일보다 화목하고 평화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지도자들이 먼저 자기자신을 비우고 내려놓고 희생하며 예수님처럼 피스 메이커가 되기를 솔선수범해야 한다.

갈등은 인간의 삶에 언제 어디서나 있게 마련이기에 화해는 크리스천의 사역이자 의무이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의 말씀처럼 화평케 하는 자야말로 진정한 주의 자녀이다. 갈등은 사람을 추하게 보는 마음이고 화해는 사람을 귀하게 보는 마음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잔뜩 움츠러든 요즈음, 평화함으로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자.

윤만호 EY한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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