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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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사랑을 로켓배송해요”

입력 2020-03-23 08:10:01
유경숙 경북 경산시 예일행복한홈스쿨 지역아동센터 시설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자가격리 중인 아동을 위해 23일 도시락과 생필품 등이 담긴 상자를 배달하고 있다.


도시락, 방역물품 등을 배달받은 아동들이 유경숙 시설장에게 보낸 감사 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는 전 국민의 일상이 됐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가 멀어짐과 동시에 일상이 무너진 국민도 있다. 장애아동, 소년소녀가장, 한부모 가정 등 사회적 돌봄의 테두리 안에 있던 이들이다.

“돌봄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진 아이들한테는 코로나19가 안겨준 충격이 보통 사람보다 몇 곱절 클 겁니다.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다면 몇 걸음이 대수겠어요. ‘로켓배송’으로 사랑까지 전할 수 있게 제가 달려가야죠.(웃음)”

휴대전화 너머로 들리는 경북 경산시 예일행복한홈스쿨 지역아동센터 유경숙 시설장의 목소리엔 활기가 넘쳤다. 이제 막 점심 도시락 배달을 마치고 복귀했다는 유 시설장은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유원식)’ 부설 지역아동센터가 돌보는 아이 29명의 ‘두 번째 엄마’로 4년째 살고 있다. 그가 일하는 센터는 가정환경 문제, 심리 정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돌봄의 마지노선이 돼주는 곳이다.

경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센터 아동들이 거주지에 머물게 되면서 유 시설장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후원으로 마련된 점심 도시락을 배달해 주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아동급식카드를 발급받고도 거주지 인근 가맹점이 부족해 이용하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서 직접 반찬거리 장보기에 나선다.

매일 오전 11시가 되면 주문해 둔 도시락을 수령해 골목골목 동선을 따라 배달을 시작한다. 1시간 반을 쉼 없이 돌아야 모든 아이들의 점심을 챙길 수 있다. 발을 동동 구르는 순간도 있다.

“비접촉식으로 배달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집 앞에서 전화를 하는데 통화가 안 되는 집도 있어요. 아이가 늦잠을 자는 통에 집 앞에서 20분을 기다린 적도 있고 문자를 미리 보낸 뒤 초인종을 눌렀는데 잠든 아이가 깼다고 역정 낼 땐 참 난감하더라고요.”

간혹 당혹스런 순간이 있지만 센터 아동이나 부모님들이 전해주는 감사 인사를 보고 듣다보면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진다. 유 시설장이 보내준 사진엔 후원에 대한 감사와 코로나 극복을 응원하는 손편지, 각종 음식, 생필품, 마스크, 소독제 등 배달받은 물품에 대한 인증샷이 담겨 있었다.

유 시설장은 “센터에 확진자 가정도 있고 지역 내 집단 감염 소식도 전해져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기관 기업 교회로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랑을 전달하는 통로가 되기 위해 힘을 낸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눈앞에 위기가 닥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게 기도와 응원을 전하는 이들이 코로나19가 발견하게 해 준 대한민국의 진정한 힘”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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