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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한국축구 창과 방패 “1년 더 갈고 닦을 기회”

입력 2020-04-08 04:10:01
23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이동경(왼쪽 사진)과 송범근이 각자 소속팀인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 훈련장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울산 현대·전북 현대 제공


세계 무대 기다리는 K리그 ‘소년 수문장’송범근

지난 1월 태국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대회에서 1997년생 골키퍼 송범근의 활약은 돋보였다.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했던 이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그와 동갑내기들의 활약을 앞세워 우승, 본선 티켓을 얻었다. 송범근은 대회 내내 주전 골키퍼로서 돋보였다. 2년 전 아시안게임 대회에서보다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이었다.

“보여줄 시간이 더 생겼잖아요. 선수로서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6일 국민일보와 통화한 송범근의 목소리는 어른스러웠다. 그를 비롯한 대표팀 97년생들은 지난 달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로 대회 출전 기회를 잃을 뻔 했지만 지난주 국제올림픽연맹(IOC)이 남자축구 연령제한을 이번 대회에 한해 조정하기로 결정하면서 출전이 가능해졌다. 몇주 사이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다.

송범근은 어린 나이에도 K1 리그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의 주전을 차지한 ‘소년 수문장’이다. 올해로 프로 데뷔 3년차에 불과하지만 전북의 취약점이던 골문을 단단하게 틀어막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뷔 시즌에 이어 지난해에도 그의 경기당 평균실점 기록은 1점 아래였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능숙한 수비 지휘 능력과 안정감이 장점으로 꼽힌다. 현 시점에서 명실공히 비슷한 나이대 국내 최고의 골키퍼다.

태국 대회 뒤 그는 일주일간의 짤막한 휴가를 끝내고 줄곧 클럽하우스에 머물고 있다. 외박은 주말 하루 뿐이다. 오후 팀훈련이 끝난 뒤에는 따로 남아 연습을 한다. 십수년 대표팀 생활을 한 대선배 공격수 이동국이 주로 그에게 조언을 해준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페널티킥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격수를 난처하게 할지, 공격수의 심리를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다.

올림픽 출전은 축구선수를 비롯해 수많은 스포츠 선수에게 꿈의 무대다. 이미 지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을 면제받은 송범근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는 “선수 생활 중 다시 오기 힘든 기회다. 굉장히 영광스런 무대”라며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이듬해 곧바로 월드컵이 열리게 됐는데, 개인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프로 생활을 하며 쌓은 경험도 든든한 자산이다.

신앙도 송범근에게는 큰 힘이 된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닌 그는 대표팀에 소집될 때면 신앙을 가진 동료들과 모여 저녁에 따로 예배를 드린다. 마음을 가라앉혀야 할 때면 찬송가를 즐겨 듣는 등 경기 시작하기 전에 기도로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진 않았다”면서 “코로나19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 다들 지금 상황을 극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진짜 에이스 되겠다” 칼날 가는 이동경

울산 현대의 1997년생 공격형 미드필더 이동경에게 지난 몇개월은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올림픽 예선이던 태국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의 일등공신이 됐다. 성인 대표팀에서도 꿈에 그리던 데뷔를 이루면서 차세대 전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소속팀에서는 사실상 처음 주전력감으로 시즌 내내 활약하면서 가장 기대받는 선수 중 하나가 됐다.

이번 올림픽은 이동경에게 아시아 무대를 벗어나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맞붙을 첫 기회다. 한국에서 열렸던 지난 20세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번번이 대표팀에 들지 못한 아쉬움을 씻을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김학범 감독의 부름을 평가전에 받고도 대회 최종명단에 들지 못한 기억이 있다. 그는 “부족했던 부분을 완벽하게 메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더 좋은 무대이고 기회이니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가 1년 너머로 미뤄진 현재 그가 가장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체력 훈련이다. 지난해 리그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했지만 교체 출전 비중이 많았다. 태국 대회에서도 에이스 등번호인 10번을 달고 활약했지만 교체 출전이 많은 ‘슈퍼 조커’였다. 선수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는 “가장 보완해야 한다고 느낀 건 체력이다. 전후반 90분 동안 좋은 플레이가 가능했다면 굳이 교체로 나올 것 없이 감독님도 저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본선 무대에 나간다면 ‘조커’가 아닌 주전으로 뛰고 싶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어 “선수라면 90분을 뛰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게 당연하다. 욕심만 내세울 게 아니라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림픽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그를 비롯한 23세 이하 대표팀은 겨울 동계훈련을 한번 더 겪어야 한다. ‘호랑이’ 김학범 감독의 성격상 만만한 훈련이 아니다. 이동경은 “감독님이 절대 훈련을 쉽게 하시는 스타일이 아니다. 솔직히 걱정이 되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번 감독님과 동계훈련을 겪었을 때 확실히 몸상태가 올라오는 걸 경험해봤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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