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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로… 예능도 드라마도 ‘부캐릭터’ 열풍

입력 2020-04-12 22:05:01
유재석은 MBC ‘놀면 뭐하니’에서 1인 크리에이터로 변신해 여러 도전을 이어간다. 그는 유고스타, 유산슬, 라섹, 유르페우스 같은 다양한 부캐릭터(부캐)를 소화했다. MBC ‘놀면 뭐하니?’ 공식 인스타그램


유튜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PD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시청 방식과 감상 포인트가 바뀌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만 하기 때문이다.

최근 예능계의 핵심 키워드는 ‘캐릭터’다. 여러 연예인이 나란히 앉아 각자 캐릭터를 유지하며 극을 이끌었던 흐름에서 한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캐릭터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는지 초점이 맞춰졌다.

MBC ‘무한도전’으로 캐릭터쇼의 시대를 연 김태호 PD는 유튜브를 TV 예능으로 들여오려는 시도로 1인 크리에이터 방식을 택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의 1인 BJ 혼자 여러 상황을 이끄는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주인공은 유재석. 유튜브를 접목한 카메라 실험으로 유재석 달랑 혼자 세워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재석은 유고스타, 유산슬, 라섹, 유르페우스 같은 다양한 부캐릭터(부캐)를 소화했다. 부캐릭터란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의미한다. 어떤 날은 트로트 신인가수였다가, 또 어떤 날은 라면을 끓이고, 다른 날에는 하프를 연주한다. 한동안은 ‘닭터유’로 닭을 튀길 예정이다.

유재석 부캐의 정체성은 확고하다.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은 본상 후보에 올랐고, 유산슬은 신인상을 수상했다. 강호동은 한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부담스러우니까 신인인 유산슬이 출연해주면 어떻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부캐의 대표 주자인 유재석 캐릭터들이 흥행하는 이유는 일 외에 다양한 취미 영역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자극했기 때문”이라며 “약간의 판타지가 포함된 캐릭터들을 보며 취미 영역에서의 자아를 발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나래는 패널이 모여 VCR을 시청하는 스튜디오 예능인 MBC ‘나혼자 산다’에서 참신한 도전을 선택했다. 리얼 예능이다 보니 캐릭터쇼에 한계가 있다며 아쉬워했지만, 이내 조지나로 변장해 방송에 등장했다.

‘카피추’의 활약도 눈에 띈다. 그의 정체는 MBC 공채 개그맨 추대엽이다. 물론 자신은 아니라고 잡아뗀다. 그는 완벽한 카피추가 되기 위해 여러 설정을 했다. 추대엽과 달리 카피추는 깊은 산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최신 유행을 모른다. 하지만 카피추의 신곡은 최신 유행곡을 변형한 스타일이라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EBS가 낳은 ‘펭수’도 사실상 부캐다. 사람이 펭귄탈을 쓰고 연기한다는 사실을 어린아이들도 알지만 모두 펭수를 남극에서 온 10살 난 펭귄으로 대한다. 안에 있는 사람이 남성인지 여성인지조차 궁금해하지 않는다.

정 평론가는 “예능의 흥미 요소는 더 이상 여러 출연자가 빚어내는 호흡에서 나오지 않는다. 최근 트렌드는 캐릭터가 이끈다”며 “지금까지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 성장을 보여줬는데, 이런 흐름이 TV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부캐 활용 영역은 넓어졌다.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SNS를 통해 현실로 나왔다. SBS ‘하이에나’에 출연 중인 김혜수는 자신이 맡은 정금자의 인스타그램을 개설했다. 김혜수가 본캐릭터(본캐)라면 정금자는 부캐인 셈이다. 그는 윤희재(주지훈) 사진을 올려놓고 ‘#정금자 #손안에’ 같은 해시태그를 달거나 가정 폭력 트라우마가 있던 정금자를 위로한 윤희재의 모습이 방송에 나간 다음 날 “확실한 위로였어~ #이용가치100”이라고 썼다.

MBC ‘그 남자의 기억법’에 출연 중인 문가영은 여하진의 SNS를 만들어 소통하고 있고, JTBC ‘이태원 클라쓰’ 김다미는 조이서의 SNS를, tvN ‘호텔 델루나’ 아이유는 장만월의 SNS를 운영했다. 정 평론가는 “예능 속 부캐와는 또 다른 모습”이라며 “허구의 캐릭터가 가상공간에서 실존 인물처럼 활동하면서 드라마 감상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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