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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침묵의 훼방꾼 신장암… 정기검진·복부초음파검사로 걸러내야

입력 2020-07-28 18:15:01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비뇨기암센터장 홍성후 비뇨의학과 교수(왼쪽)팀이 복강경 신장암 부분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로봇수술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비뇨기암센터(센터장 홍성후·비뇨의학과 교수)는 최소침습(상처)수술 분야에서 국내 최초, 최다, 그리고 최고란 수식어를 두루 가진 특성화 센터다. 비뇨기암은 신장암 방광암 전립선암 고환암 음경암 요도암 등과 같이 요로(尿路)계통에 생기는 암을 통칭한다.

비뇨기암센터장 홍성후 교수(비뇨의학과)는 신장암의 복강경하 부분 또는 근치적 절제술, 전립선암 및 방광암의 복강경하 근치적 절제술 등 비뇨기 분야 복강경수술 경험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의사로 꼽힌다. 최근 누적 로봇 및 복강경 수술 건수도 1500례를 돌파했다.

홍 교수는 1996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정보이사, 대한비뇨내시경로봇학회 이사, 대한비뇨의학재단 사무차장 등으로 맹활약 중이다. 최근 치명적인 대정맥혈전증을 동반한 신장암을 복강경·로봇수술로 극복해 새로이 주목을 받고 있는 홍 교수에게 정기 건강검진과 복부초음파검사의 보편화에 힘입어 조기발견 및 완치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신장암에 대해 물어봤다.

Q. 신장암이란 어떤 암인가?

A. 신장에 암이 생겨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생명까지 위험해지게 되는 암이다. 신장은 우리 몸의 피를 걸러서 노폐물을 제거하고 소변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장기다. 좌우에 두 개가 있다. 속칭 ‘하수종말처리장’이나 ‘몸 속 정수기’ 역할을 맡고 있다. 신장에 암이 생겨 신장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 몸은 불필요하게 된 수분과 염분, 그리고 신진대사 활동 후 남은 노폐물과 각종 대사산물을 깨끗이 제거할 수 없게 된다. 요독증(尿毒症)은 신장이 제 역할을 못할 때 생기는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소변은 요관(尿管)을 통해 방광에 저장돼 있다가 요도를 거쳐 몸 밖으로 배설된다. 우리 몸은 제 기능을 수행하는 신장 한 쪽만 있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신장이 여유 있게 좌우 두 개나 존재하는 것은 그만큼 생명 유지를 위해 핏속에 쌓이는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일이 중요한 까닭이다.

Q. 신장에 암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이상증상은?

A. 신장암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침묵의 암이다. 신장암의 3대 위험신호는 △전체 환자의 약 40%가 호소하는 옆구리 통증(측복부통), △약 60%가 경험하는 혈뇨, △약 45%의 환자들이 느끼는 측복부 또는 상복부 종괴(혹)다. 그러나 이들 3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는 신장암 환자 중 10~15%에 불과하다. 10명 중 한두 명에 그친다는 얘기다. 게다가 실제 이런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세포가 상당히 커져 손을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Q. 무(無)증상기에 발견 방법은 없나?

A. 건강검진을 받을 때 흔히 시행하는 복부초음파 검사와 전산화단층촬영(CT) 검사가 도움이 된다. 최근 들어 정기건강검진 중 발암 초기 상태의 작은 신장암을 발견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또 복통의 원인을 찾거나 사고 등으로 수술 전 검사로 복부CT를 찍다가 우연히 무증상의 신장암을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40세 이후 중·장년기에도 신장암 위험요인을 제거하지 못한 사람들은 복부초음파 또는 복부CT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신장암은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는 비만자와 흡연자 고혈압 환자, 투석치료 환자 등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장암은 병기별로 상대생존율 차이가 많이 난다. 암이 신장을 벗어나지 않았을 때는 치료 후 5년 평균 생존율이 96.9%에 이른다. 하지만 주위 조직이나 림프절을 침범했을 때는 75.7%,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로 번진 원격전이단계는 13.2%로 뚝 떨어진다. 조기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현재 40대 이후 나이라면 1~2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

A. 치료법은 암의 진행정도와 환자의 연령, 전신 상태, 동반 질환의 유무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신장암은 방사선치료나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로선 수술요법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수술은 다른 장기로 전이가 없는 신장 내 국소 암일 경우엔 암이 생긴 쪽 신장을 전부 들어내는 ‘근치적 신(腎)적출술’이나 정상 부위를 살리고 혹만 떼어내는 ‘부분 신절제술’을 적용한다. 다른 장기에 전이가 있어 수술이 힘들 때는 면역요법이나 면역화학요법, 표적치료 중 한두 가지를 선택해 단독 또는 병용해야 한다.

Q. 부분 절제술 환자들은 재발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도 있겠다?

A. 그렇지 않다. 부분 신절제술은 기능적으로 신장 기능을 더 보존하는 이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근치적 신적출술과 비교할 때 수술 후 생존율에 큰 차이가 없거나 되레 더 우수한 경우가 많다.

부분 신절제술의 목표는 크게 2가지다. 종양을 완전 절제하되, 최대한 신장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다. 부분 신절제술은 비뇨기과 의사들이 혈관을 많이 건드려야 해 초긴장 상태에서 시행하는 초정밀 고난도 수술이다. 그런데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수술 후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이롭기 때문이다.

Q. 최고난도 복강경 신장암 수술 성공률이 높다고 들었다.

A. 대정맥혈전증을 동반한 신장암 수술을 두고 하는 얘기인 것 같다. 신장암 진단 환자의 4~10%는 대정맥혈전증을 동반하고 있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년 생존율이 채 30%가 안 될 정도로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그렇지만 대정맥혈전제거술과 동시에 근치적 신적출술까지 성공적으로 시행됐을 경우 1년 생존율은 100% 이상이고, 5년 생존율도 50% 이상으로 치솟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대정맥은 알다시피 온 몸의 피를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혈관이다. 이곳에 혈전이 생기면 다리가 붓고 조금만 걸어도 아픈 하지부종이 생긴다. 그 뿐이 아니다. 신장암 수술을 포함해 어떤 충격에 의해 혈전(血栓)이 혈관내벽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면 피돌기를 따라 돌아다니며 온 몸에 혈전을 퍼트리게 되고, 그로 인해 갑자기 중요 혈관이 막혀 돌연사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대정맥혈전증을 동반한 신장암 수술을 모든 비뇨기 계통 여러 수술 중 가장 어렵고 위험한 수술로 간주하는 이유다. 우리 팀은 지금까지 개복수술로 진행하던 이 수술을 로봇 또는 복강경 수술로 진행, 수술 성공률 향상은 물론 수술 후 회복기간을 단축하고 흉터도 최소화해 환자 편의를 극대화시켜주고 있다. 대정맥혈전증을 동반한 복강경 신장적출술은 세계적으로 2006년에 첫 성공사례가 보고됐고, 로봇수술은 4년 뒤인 2010년에야 첫 수술이 이뤄졌을 정도로 최신의료기술로 꼽힌다. 우리는 2016년 12월 국내 최초로 복강경과 로봇 팔을 이용, 대정맥혈전 제거와 동시에 신장암도 적출하는데 성공했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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