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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판타지’ 웹툰 트렌드, 드라마·영화 흥행 공식으로

입력 2021-01-16 04:10:02
최근 수많은 웹툰이 드라마와 영화로 리메이크되는 가운데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물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웹툰의 주 독자층인 10대를 겨냥한 학생물에 판타지 설정이 가미되면서 브라운관 시청자들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사진은 OCN ‘경이로운 소문’. OCN 제공


넷플릭스 ‘스위트홈’. 넷플릭스 제공


“우선 주인공이 학생이어야 흥행 가능성이 커지죠.”

한 웹툰 관계자는 근래 웹툰 시장을 진단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젊은 층 가운데서도 10대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웹툰의 인기몰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인공이 독자와 비슷한 또래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재기발랄한 판타지다. 실제 장기 연재 중인 네이버웹툰 ‘신의 탑’ ‘갓 오브 하이스쿨’ 등 손꼽히는 흥행작 대부분이 교복을 입은 학생이나 청소년 중심의 판타지물이다.

그런데 최근 ‘IP(지식재산권) 붐’을 타고 수많은 웹툰이 드라마로 리메이크되면서 브라운관 시청 층을 둘러싸고도 변화가 감지된다. 전통 수요층인 중·장년층 여성을 타깃으로 한 기존 작품 말고도 1020 세대를 겨냥한 웹툰 기반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학생+판타지’라는 웹툰 트렌드가 브라운관 새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동명 다음웹툰을 각색한 OCN ‘경이로운 소문’은 판타지와 학교물을 적절히 버무린 사례 중 하나다. 카운터라고 불리는 악귀 사냥꾼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악귀를 물리친다는 얼개의 드라마로, 제목이 암시하듯 소문(조병규)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지난해 11월 2%(닐슨코리아)대 시청률로 출발해 줄곧 상승세를 타더니 12회를 기점으로 10%를 넘어섰다. 최근 시청률 기근에 시달리는 브라운관에서 케이블 채널 작품으로는 매우 높은 시청률이다.

시선을 붙드는 건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려고 의도한 듯한 장면들이다. 정의롭지만, 평범한 학생이던 소문은 카운터가 되면서 남다른 힘을 얻는다. 극은 이 힘을 얻은 소문이 떼로 몰려다니며 조직적으로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교 ‘일진’들을 일망타진하는 과정을 비중 있게 담아낸다.

공개 직후부터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순위 1위는 물론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은 ‘스위트홈’도 학생 판타지물의 공식을 따른다. 웹툰과 드라마 모두에서 크리처보다 먼저 등장하는 건 은둔형 외톨이가 된 주인공 소년(송강)의 모습이다. 천진하던 소년은 학교폭력으로 틀어박혀 살던 중 괴물들이 출몰하는 끔찍한 세계를 마주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흥행을 서사 속에 녹아있는 판타지가 웹툰 드라마의 외연을 넓힌 결과라고 봤다. 이를테면 악귀들과 펼치는 현란한 액션(‘경이로운 소문’)과 이색적인 괴물들의 모습(‘스위트홈’)이 여러 세대의 이목을 끄는 포인트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앞서 웹툰 드라마 중에는 원작 팬이 탄탄하고 쟁쟁한 출연진과 제작진까지 참여했음에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경우가 많았다. 청소년을 겨냥한 이야기가 기존의 브라운관 선호와는 괴리가 있어서다. 특히 JTBC ‘부부의 세계’ 등 강렬한 성인 멜로물이 인기를 끄는 사이 웹툰 주류 장르인 소소한 청춘 로맨스를 리메이크한 작품들은 약세를 보였다. 현재 방영 중인 차은우 문가영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tvN ‘여신강림’도 메이크업을 소재로 한 동명 인기 웹툰을 다듬었으나 3% 안팎 시청률에서 고전 중이다.

콘텐츠 유통의 핵심 플랫폼이 된 OTT도 판타지 요소가 더해진 웹툰을 주목하는 추세다. 올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공세에 불을 붙이는 넷플릭스도 2009년 주동근 작가가 연재한 ‘지금 우리 학교는’과 천계영 작가의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에서 펼쳐지는 사투를 그린 ‘지금 우리 학교는’과 좋아하는 사람이 가까이 오면 알람이 울리는 어플리케이션 소재의 ‘좋아하면 울리는’ 모두 연재 당시 기발한 스토리텔링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들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판타지 웹툰 재창작이 지금보다도 더 활기를 띠리란 전망이 나온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판타지 만화는 영상으로 풀어내기 어렵지만, 잘 구현한다면 여러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재료”라면서 “늘 새 이야깃거리를 원하는 시청자·제작진의 기호와도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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