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칼럼] 10년 전 도덕 교과서에 실린 ‘성적 소수자’

입력 2021-05-04 03:10:02


10년 전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렸다. “성 정체성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따라서 성적 소수자는 정상이다. 성적 소수자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행동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성적 소수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 내용을 발견했을 때, 수많은 학생이 교과서에 있는 단정적인 거짓에 의해 미혹되었을 것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다. 교과서의 내용을 반박하면 이렇다.

첫째, 성 정체성이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어떤 논문도 성 정체성이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만들어짐을 증명하지 못했다. 1990년대 초반 몇 개의 논문이 성적 지향이 선천적임을 증명하는 것처럼 오해되었지만, 결국에는 그렇지 않음이 밝혀졌다. 오히려 최근 과학 자료는 성적 지향이 선천적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뒷받침한다.

둘째, 과학적 방법으로는 성 정체성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만들어지는지를 알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은 신비하기에 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현대 과학으로 사람의 어떤 행동 양식의 형성 과정에 의지가 몇 퍼센트 관여하고, 의지와는 상관없는 요소들이 몇 퍼센트 관여하는지를 알 수 없다.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교과서에서 성 정체성이 자기 의지와 관계없음이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라고 단언한 것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셋째, 행동 양식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형성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인간은 로봇이나 기계가 아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주어진 요소에 대해 의지적으로 선택하고 반응한다. 형성된 행동 양식에 자신의 의지가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 알 수 없지만, 모든 행동 양식의 형성에 어느 정도 자신의 의지가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기에 성 정체성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만들어진다는 주장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과학적 사실로 인식하게 만들고, 이것을 근거로 동성애는 정상이며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믿게 했다. 더 나아가 교과서는 동성애자들을 비도덕적으로 보는 사람이 옳지 못하다고 단언했다. 이런 식으로 교묘하게 학생들의 윤리관을 왜곡시켰다. 다행히 이것을 발견한 다음 해, 도덕 교과서의 문제 내용은 삭제됐다.

후천적이거나 선천적인 요소들 때문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동성애자가 되었다고 변명하면 안 된다. 그러한 요소가 동성애를 어쩔 수 없이 하게 만드는 강제성을 가지지도 않는다.

사람의 행동은 동물과는 달리 본능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본능이나 경향을 억제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기에 같은 환경이나 요소들을 가진 사람 중 극소수만 동성애자가 된다.

실제로 동성애자가 되는 기저에는 환경이나 요소들의 영향을 받고 행동으로 옮기는 자신의 의지적 선택이 있다. 자신에게 다가온 유혹, 색다른 경험을 받아들여 동성애자의 길로 갈 수도 있고, 의지적으로 거부하여 멀어질 수도 있다. 즉 환경이나 요소 중 자신의 선택이라는 ‘여과망’을 통과한 것만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동성 간 성관계도 성적 쾌감을 준다. 그래서 다시 하고 싶은 중독 현상을 일으킨다. 어떤 행동을 반복하면 결국 중독이 된다. 알코올중독 역시 처음에는 자신이 선택해 술을 마시지만, 나중에는 술을 마셔야만 하는 중독자가 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지적 선택 때문에 동성애 행위를 하면 동성애 성향이 강화되며, 중독성에 의해 동성애 행위를 반복하면 동성애라는 성적 행동 양식이 형성된다. 그러므로 동성애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 때문에 이루어진 성적 행동 양식이라고 봐야 한다.

길원평 교수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