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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주미공사 박정양이 131년전 쓴 친필 편지 발견

입력 2019-09-17 10:45:03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 LA 한인역사박물관서 기증받아
"경술국치 이전 미국 공관원이 남긴 현존 유일 서한"

 
박정양 친필 편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고종이 파견한 초대 주미전권공사인 박정양(1841∼1905)이 1888년 6월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서울로 부친 131년 전 친필 편지가 발굴됐다.

일제가 한반도 국권을 빼앗은 1910년 경술국치 이전에 미국 공관원이 작성한 편지 중 현존 유일본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고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역사박물관 민병용 관장으로부터 박정양이 조선에 파견된 미국인 육군교사(陸軍敎師·군사교관) 존 G. 리에게 보낸 서한을 지난 7월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박정양 편지는 펼쳤을 때 가로 24.8㎝·세로 20.0㎝이며, 상단에 공사관 전용지임을 나타내는 영어 문구인 '리게이션 오브 코리아, 워싱턴'(LEGATION OF KOREA, WASHINGTON)이 찍혔다.

편지지 오른쪽에는 한자, 왼쪽에는 영어를 각각 적었다. 필체나 필기도구로 보면 작성자가 다를 가능성이 있지만, 한자는 박정양 서체로 보인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한문 편지에는 리가 서울에 잘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연무공원(鍊武公院)은 이미 개설됐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군대 위용이 이제부터 더욱 빛날 터이니 대인이 뜻과 마음을 다해 가르쳐 정예병으로 키워 달라"는 당부를 담았다. 마지막 부분에는 무자년(戊子年) 5월 2일(음력) 박정양이라고 쓰고 사인에 해당하는 수결(手決)을 명기했다.

영어 편지는 안부를 묻고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 간략한 내용을 실었다. 편지 작성 일자는 양력인 6월 12일이다.

편지봉투 앞면에는 미국 공사관 영어 문구 옆에 수신인과 발신인을 한자로 표기했고, 뒷면에는 영어로 수신인과 도착지를 적었다.'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은 "박정양이 미국생활을 글로 남긴 '미행일기'(美行日記)에 1888년 1월말 육군교사 파견을 앞둔 리 일행이 주미공사관을 방문해 인사를 나누었다는 기록이 있다"며 "박정양이 본국에 편지를 보냈다고 기록한 일자와 편지 발신일이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편지 수신인인 리는 1888년 4월 퇴역하고 연무공원에 속해 조선 장교를 양성했다. 연무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관 양성 교육기관으로 1888년 설립돼 1894년까지 존속했다.

박정양 편지는 2005년 재미동포 고 맹성렬 씨가 온라인 경매에서 구매한 뒤 지난 5월 한인역사박물관에 기증했고, 재단이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와 함께 박물관 유물을 조사하던 중 그 존재를 확인했다.

민 관장은 워싱턴 옛 공사관 건물을 매입하고 복원한 문화재청이 자료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재단은 전했다.

재단은 국립고궁박물관에 기탁 보관 중인 박정양 편지 정밀 복사본을 만들어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 전시할 방침이다.

한철호 교수는 "박정양 편지는 19세기 말에 조선이 연무공원 설치 과정에서 미국 국무부 추천으로 미군 출신 군사교관을 배치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관계가 있다"며 "당시 주미공사관이 외교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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