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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열 “그럼에도 연기만은…” 절박했던 청춘의 단상 [인터뷰]

입력 2018-04-09 00:15:01
12일 개봉하는 영화 ‘머니백’을 통해 처음 코믹 장르에 도전한 배우 김무열. 그는 “단순한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물에게 닥친 처절한 상황에 최대한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머니백’의 한 장면. 리틀빅픽처스 제공




뽀얗고 반듯한 이미지의 배우 김무열(36·사진)에게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얻어터져 팅팅 부은 눈, 울긋불긋 피멍이 든 피부, 억울함이 잔뜩 드리운 낯빛. 영화 ‘머니백’ 중 대부분의 장면에서 그는 이렇게 등장한다. 절박하게 삶을 붙들고 있는 어느 청년의 얼굴을 하고서.

“영화 속 민재처럼 갈 길을 못 찾고 헤매는 청춘이 많잖아요. 청년 실업 문제가 매년 대두되지만 해결되진 않고 있죠. 저 역시 그런 문제의식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배우로서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네요.”

‘머니백’은 하나의 돈 가방을 두고 벌어지는 일곱 남자의 추격전. 김무열이 연기한 만년 취업준비생 민재가 극의 중심에 놓인다. 어머니 병원비 마련을 위해 사채업자(임원희)에게 돈을 빌린 그는 도박광 형사(박희순), 부패 정치인(전광렬) 등이 얽히고설킨 거대 사건에 휘말린다.

비릿한 세태를 풍자하는 진한 블랙코미디인데 표면적으로는 가벼운 범죄오락물쯤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무열은 “무거운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지만 일단 관객들이 재미있게 즐기시길 바란다. 상큼한 영화가 됐으면 하는 게 내 욕심”이라고 말했다.

위태로운 민재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갖은 고생을 다했다. 눈의 붓기를 유지하기 위해 촬영 내내 안면 분장을 하고 있었던 건 물론 고난도 액션신들을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 와이어 하나에 의지한 채 건물 난간에 매달리거나 동작대교에서 직접 뛰어내리기도 했다.

굳이 이 고생길을 택했던 건 극 중 캐릭터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내 삶과 민재의 삶에 닿아있는 부분이 있다”는 김무열은 “20대 초반쯤 아버지가 오래 편찮으셨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아르바이트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도 연기자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2005)은 그의 인생에 돌파구가 됐다. 이 작품으로 대학로에 정식 데뷔한 김무열은 ‘쓰릴 미’(2007)를 통해 공연계 스타로 떠올랐고, 곧바로 영화 드라마 단막극 출연을 동시에 제안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영화계 입지를 굳힌 지금까지도 무대를 향한 애정에는 변함이 없다. 바쁜 스케줄을 쪼개 거의 매년 공연에 나서고 있다. “배우로서나 가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점점 더 무거워진다”는 그다.

“여전히 좋은 작품을 찾아 헤매고 있어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서요. 장르나 역할을 가리지 않고 더 다양하게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고이면 분명 수질이 안 좋아질 테니까(웃음). …고민하지 않는 ‘나’는 용납할 수 없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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