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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안에 거할 때 사회 섬김 저절로 따라와”

입력 2018-04-17 00:05:01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교회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나누는 일에 더욱 힘쓰는 교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온누리교회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지난 1월 20일까지 ‘작은 예수 40일 새벽기도회’를 열었다. 이 기간 이재훈 담임목사는 교인들을 향해 “그리스도의 임재하심을 체험하는 믿음 안에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올해 온누리교회의 비전으로 선포된 이 메시지는 한국교회에 불고 있는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 회복’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지난 11일 이 목사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만났다. 이 목사는 2011년부터 고(故) 하용조 목사의 뒤를 이어 7년간 안정적으로 교회를 이끌어 왔다. 이번 새벽기도회 40일간 로마서를 주된 본문으로 ‘그리스도를 통하여(through)’ ‘그리스도와 함께(with)’ ‘그리스도 안에서(in)’ ‘그리스도 아래서(under)’ ‘그리스도처럼(like)’이라는 5가지 키워드로 그리스도가 임재하는 삶에 대해 설교했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내가 그리스도 안에’(두란노)라는 제목의 책으로 최근 출간됐다.

-이번 기도회와 최근 교회의 사역을 보면 변화가 느껴진다.

“하 목사님은 성도들의 귀가 닳도록 ‘그리스도가 주인되는 교회, 성령님이 운행하는 교회,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교회’를 강조했다. 그렇게 내재돼 있던 것을 ‘그리스도의 임재를 경험하는 삶’으로 정리하면서 재확인한 것이다. 존 스토트 목사가 ‘Life in Christ’(국내에선 ‘내 삶의 주인이신 그리스도’로 번역 출간됨)에서 8개의 전치사로 설명한 것에서 콘셉트를 가져와 한국교회 현실에 맞게 재구성했다.”

-한국 사회엔 온누리교회에 대한 고착화된 이미지가 존재한다.

“밖에서는 연예인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교회에서 그분들 중심으로 운영하는 건 전혀 없다. 우리 교회의 진짜 뼈대는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삶을 실천해온 선한 성도들이다. 교회 안에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이 있다. 다양한 정치적 입장과 경제적 수준의 성도들이 어우러져 모두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수평적이고 평등한 교회를 지향한다.”

-한국교회에 ‘나를 위해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것은 믿지만, 그 십자가에서 함께 죽자는 말씀까지 이르지 못한 성도들이 있다고 했다.

“로마서 5장에선 그분이 ‘나를 위해서’ 죽었다고 한다. 거기에만 머물다 보니 로마서 6장에 나오는 ‘그리스도와 함께’라는 체험을 강조하지 않는다. 5장에선 주어가 ‘그리스도’이지만 6장에선 주어가 ‘우리’로 바뀐다. 기독교 사상가 프랜시스 쉐퍼는 구원 역사의 5가지 시점을 제시했다. 그처럼 우리가 구원받았다고 말하지만 매일의 삶 속에서 느끼는 영적인 체험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도 바울이 로마서 5장부터 6장, 7장을 거쳐 8장에서 보여주는 영적인 여정을 알고,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 안에 거함을 날마다 체험할 때 그리스도를 닮는 것, 즉 그리스도와 같이 변하는 것이 열매로 나타난다고 했다. 개인의 영성이 사회 속에서 드러나야 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리스도의 임재를 경험할 때 나타나는 모습은 겸손과 용서, 그리고 성육신적인 섬김이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처럼 세상의 발을 씻기는 교회의 모습이다.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은 몸된 교회를 통해 계속 일어나고 있다. 해외건 국내건 어느 사회에 있든 성육신으로 나타나는 것을 ‘사회선교’라 이름 붙일 수 있다. 해외 선교는 그대로 열심히 하면서 국내 사회선교적인 부분을 그만큼 끌어올리려 한다.”

-온누리교회는 2000명의 선교사를 파송한다는 ‘비전 2000’, 일본 선교를 위한 ‘러브 소나타’ 등 해외선교에 힘써 왔다. 국내 사회선교 사역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교회 내 온누리복지재단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역 쪽방촌 상담소에서 1200명 주민들을 섬기는 일부터 경기도 군포에선 비행청소년 자활 교정 청소년센터를 운영한다. 지난해 감리교단인 산마루교회가 하고 있는 노숙인 섬김을 돕기 위해 베데스다힐링센터를 지원하고 산마루교회로 성도들을 파송했다. 서빙고 예배당 옆 공원 부지도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공원으로 만들려 한다.”

-이주민 사역에 힘을 쏟는 이유는.

“해외선교와 사회선교가 하나로 융합되는 모델이 이주민 사역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는 곳을 떠나는 이주민이 전 세계 2억명이 넘는다. 세계가 일일생활권이 되고 이주가 일어나면서 선교환경이 바뀌었다. 탈북민과 이주민, 난민은 선교의 좋은 기회다.

한국교회에 이민자들이 200만명을 넘어 400만명까지 늘고 있다. 이민자가 사회문제가 된 뒤 대책을 세운 유럽과 한국은 비슷한 상황이다. 교회가 먼저 이들을 환영하고 돕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역은 한국교회에 준 시대적 소명이다.”

-구체적인 사역은 어떤 것인가.

“경기도 안산의 ‘온누리M센터’를 시작으로 김포 평택 남양주 등에 이주민을 위한 지역 커뮤니티센터를 세워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돕는다. 온누리M센터엔 러시아 몽골 네팔 스리랑카 등 여러 나라 이주민이 그들의 언어로 예배드린다. 한글을 배우고 온 사람들이 많아 복음을 전하기 좋다.”

-한국 사회처럼 교회 안에도 이주민 등 이방인에 대해 배타적 태도가 존재한다.

“우리도 처음엔 이주민을 사역의 대상으로 생각했지 온누리교회 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도와줄 대상으로만 여기고 동등한 교인으로 지위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차별이었다. 그런 것부터 하나씩 반성하며 바꿔나가고 있다. 신명기에는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나그네였음을 기억하고 나그네를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하나님 나라 백성의 윤리이자 사회선교적인 메시지를 설교한다.”

-교회가 지원하는 사역 중 창조과학회와 성령운동을 비판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창조과학 활동 자체를 비판하는 분들은 극단적인 지적 교만이라고 생각한다. 창조과학은 잘못된 진화론에 대항해 성경의 창조를 변호하고 증거한다. 창조과학회를 비판하는 분들은 많은 지적 자산을 인용해 진화에 대한 반대 자체를 교묘히 불필요한 것으로 만드는 것 같다. 자신과 같은 견해를 지지하지 않으면 다 틀리다는 신학적 교만은 멀리해야 한다.

성령운동도 마찬가지이다. 온누리교회는 사도행전적 교회를 추구하며 사도행전에 나타난 성령의 역사와 은사가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믿는다. 신학적으로는 개혁주의적 하나님 중심 신학, 복음주의 선교적 신학, 마틴 로이드 존스의 성령론을 폭넓게 받아들인다. 성령의 역사적 다양성을 폭넓게 바라보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학은 늘 발전한다. 마르틴 루터도 장 칼뱅도 아우구스티누스도 완벽하지 않았다. 어느 한 시대의 한 신앙만이 전부라고 말할 수 없다. 항상 반대쪽을 바라보는 폭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한국교회 안에서 대형교회로서 또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교회로서 감당할 사명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대형교회의 사명은 자신을 깨어 나누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교회들이 힘 있게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더욱 열심히 섬기는 일, 하나님과 사회 앞에 부끄럽지 않은 공동체가 되기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로 운영되도록 하는 일이다.”

-온누리교회는 어떤 그리스도인을 지향하는가.

“내적 영성운동에만 함몰돼 자기 영혼만 들여다보는 건 이기주의이고, 모든 것을 헌신하며 쏟아부었는데 정작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것도 문제다. 내재적 임재와 외면적 헌신이 균형을 이룬 성도를 추구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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