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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때문에 위기? 소련 옆에서 살아남은 핀란드서 배워라”

입력 2019-11-01 04:10:01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3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 “리더십을 다룬 작품을 쓰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


한국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이 나오자 재레드 다이아몬드(82) 미국 UCLA 지리학과 교수는 “위험한 국가 북한과 이웃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뭘까. 그는 한국에 모델이 될 만한 사례가 있다면서 핀란드를 언급했다.

“핀란드는 강대국 소련을 옆에 두고 있지만 오랫동안 독립 국가의 지위를 유지했다. 비결은 꾸준한 대화였다. 정상 간의 만남, 고위급에서 이뤄진 대화만 가리키는 게 아니다. 하위직 공무원들까지도 직급이 비슷한 러시아 공무원과 소통했다. 이런 상황을 국민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도 않았다. 물밑에서 조용하고 꾸준하게 소통하면서 의견을 나눴다. 이런 대화를 통해 두 나라는 서로를 신뢰하게 됐다. 한국은 핀란드를 보고 배워야 한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이 같은 조언이 나온 자리는 3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였다. 간담회는 지난 5월 국내에 출간된 그의 신작 ‘대변동’(김영사)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벌인 ‘60년 문명탐사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변동은 국가들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를 몇몇 국가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한 작품이다.

책에는 짤막하나마 한국이 중국 일본과 맺은 껄끄러운 관계를 살핀 대목도 등장한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일본이) 다른 국가에 가한 잔혹 행위의 피해를 묘사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한국인과 중국인도 일본의 진정성을 인정하며 받아들일 것”이라고 적었다.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발언은 이어졌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폴란드인이 독일의 사죄를 받아들인 건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 빌리 브란트 총리가 갑자기 준비한 원고를 버리고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사과했기 때문”이라며 “독일 지도자가 보여준 모습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개선되는 데 좋은 본보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독자에게 다이아몬드 교수는 ‘총, 균, 쇠’의 작가로 유명하다. 장구한 인류의 역사와, 인류사에 펼쳐진 흥망성쇠의 변곡점을 이색적으로 분석한 이 작품은 인문학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해외 저술가 중 한 명이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책은 미국이나 터키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파워 게임’에서 한국이 어느 나라 편에 서야 하는지 묻자 “굳이 선택할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에 맞춰서 미국과 중국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 된다. 두 나라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21세기가 ‘중국의 세기’가 될 것으로 보는지 물었을 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어서 정부가 앞으로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면서 “단언컨대 중국이 이번 세기의 주인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대변동 서문에 2025년까지 결혼기념일이나 밸런타인데이에 아내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한국의 전통 장식품을 많이 사놓았다고 적어두었다. 간담회에서 그는 “24년 전에 한글이 좋아서 한국을 처음 찾은 뒤 자주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에도 아내에게 줄 선물을 사서 돌아갈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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