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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박영호 목사] 교회는 역동성 있는 생명 공동체… “사랑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입력 2021-08-27 03:05:03
신약 성경의 배경이 되는 1세기 사회사 연구는 초대교회의 원형을 복원해 내는 작업이다. 사진은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가 지난해 7월 국민일보와 대담을 나누는 모습. 국민일보DB




초대교회를 향한 한국교회의 열망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가 저술한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IVP)가 중쇄에 돌입하며 코로나19로 침체된 기독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신약 성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초대교회의 모습을 닮고자 노력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현상이다.

박 목사는 스스로 ‘말씀의 일꾼’이라고 부른다. 1세기 문서인 신약 성경이 21세기에도 갈 길을 보여 준다고 믿는다. 부산대 영문과와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석사, 시카고대에서 신약과 초기 기독교 문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시카고 약속의교회를 개척해 10년간 섬겼고, 2015년 귀국해 한일장신대 경건실천처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포항제일교회를 섬기며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장도 맡고 있다. 김지철 전 소망교회 목사는 박 목사를 두고 “따뜻한 가슴으로 미소 짓는 목사이자 지성적 냉철함으로 언어를 풀어내는 학자”라고 말했다.

책은 ‘두란노 서원’의 오해부터 설명한다. ‘서원’은 그리스어 ‘스콜레’ 영어 ‘스쿨’에서 비롯된 말인데, 저자는 “1세기 당시에는 중소 상공인들이 자신들의 일터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사도 바울은 천막 만드는 작업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말씀을 전했다. 손수건과 앞치마를 치유의 도구로 사용하는데(행 19:12) 이들은 천막의 소재인 가죽을 다룰 때 쓴다. 따라서 두란노 서원은 고상한 상류층의 철학 강의가 이뤄지는 학당이 아니고, 동역자들과 공방 혹은 공장에서 노동하며 쉬는 시간을 이용해 말씀을 공부하는 모습으로 보는 게 더 유력한 해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두란노 공방, 땀내나는 작업장에서 전해지는 그리스도의 말씀이 역사적 사실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런 방식으로 저자는 초대교회 교인들의 경제적 수준, 철학 학파와의 차이점, 유대인 회당과의 관계, 교회 내 여성의 공간 등을 세밀하게 복원한다. 저자는 “코로나19를 맞아 개신교 교회 체제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교회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때, 우리는 열린 자세로 다양한 교회의 체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서 “책에서 논한 다양한 접근이 자신의 전통을 상대화하고 신앙의 다른 표현에 대해 마음을 열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고 강조했다.

초대교회를 향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사모함은 어디서 기인할까. 박 목사는 2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기독교를 지탱하던 것들을 하나둘 잃어간다는 느낌,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흔들리는 상태가 출발점”이라고 진단했다. 역동성 있는 생명 공동체가 기독교의 본질인데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이런 위상에 타격을 입었다. 성도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를 살피며 본래 교회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면 좀 더 나은 고민을 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탐색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에선 초대교회의 모습을 지나치게 신학적 논쟁으로만 소개한 측면이 있다. 사회적 역사적 실체로서 팩트에 입각한 사도 바울의 교회론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찾는 작업엔 상대적으로 소홀했었는데, 이제는 초대교회의 정신뿐만 아니라 디테일을 따져볼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책은 과거 사실에 대한 객관적 연구를 중시하지만, 현재 신앙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목사는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객관적 해석과 함께 사랑의 해석학이 있어야 하며, 겸손과 사랑이야말로 성서학자로서 늘 마음에 새기는 가치”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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