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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역사가 기억하고, 역사가 되는 골목길을 기록하다

입력 2022-03-11 03:05:04
골목길 역사산책자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은 “나를 찾아 역사를 걷자”고 말한다. 사진은 2019년 서울 돈의문 골목에서의 최 소장. 국민일보DB




‘길에는 주인이 없다.’ 조선 후기 실학자 여암 신경준이 ‘도로고(道路考)’ 서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농부가 원하는 만큼 밭을 갈게 하고, 길을 가는 자도 원하는 만큼 걷게 하는 게 어진 정치라고 했다.

최석호(58)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은 “걷는 사람이 길의 주인”이라고 말한다. 성결교 군목 출신으로 서울신학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를 역임한 최 소장은 “역사는 길을 걸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으며, 걸으면 역사가 되는 골목길을 걷는다”고 밝힌다. ‘골목길 역사산책:한국사편’(가디언)을 펴낸 최 소장을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서 만났다. 골목길 역사산책 장르의 창시자인 그는 이번 책을 이렇게 소개했다.

“골목길 역사산책 서울편과 개항도시편에 이어 세 번째 한국사편입니다. 걸으며 우리 역사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한 사람이 걸어간 길이 인생이라면, 한 민족이 걸어간 길은 역사입니다. 경북 경주 골목길에서 신라를 걷고, 전남 화순에서 고려를 걸으며, 강원도 강릉에서 조선을 걷고, 서울역에서 을지로까지 남촌을 걸으며 대한민국을 걸었습니다.”

서울 남촌 대한민국길의 시작은 서울역 강우규 의사 동상 앞이다. 서울로 7017에 올라 남산성곽을 따라 백범광장을 거쳐 안중근의사기념관 기억의터 우당기념관 남산골한옥마을 커피한약방까지 걷는다. 상동교회에 입교해 세례를 받은 우당 이회영 선생과 다섯 형제를 집중 조명한다. 우당 선생은 전덕기 상동교회 목사와 함께 헤이그만국평화회의에 고종의 특사 파견, 안창호 이동휘 이동녕 양기탁 등과 함께 발기인이 되어 신민회를 설립하고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봉오동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국권 회복과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뛰었던 독립투사이자 민주투사였던 그리스도인들을 떠올린다. 최 소장은 “교회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이라는 열매를 맺은 길”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기독교를 넘어 한국 역사 전체를 돌아보며 “나를 찾아 역사를 걷자”고 말한다. 코로나로 위기감이 높아진 한국교회엔 처음 그 마음 회복을 위해 선교 역사 초기 기억을 찾아 걷는 골목길 순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취향 중심의 교회 구조 재편도 언급했다. 역사 인물 지리 음식까지 탁월한 식견으로 독자를 안내하는 그의 책은 한국교회 성도들이 교회 밖 사회로 시선을 넓히는데 유용할 것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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