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노인성도가 지킨 ‘위기의 교회’ 청년세대로 부흥한 교회가 품다

입력 2022-07-13 03:05:01
시티미션교회 이규(앞줄 가운데 통로 왼쪽) 목사와 이윤구(이규 목사 오른쪽) 원로목사가 지난 4월 서울 용산구 교회 예배당에서 성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티미션교회는 신촌아름다운교회와 서부성결교회의 통합으로 탄생했다. 시티미션교회 제공


지난해 5월 서울 신촌아름다운교회를 섬기던 이규(53) 목사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용산구 서부성결교회 이윤구(82) 원로목사가 “두 교회를 통합하자”는 것이었다.

이규 목사는 고민에 빠졌다. 2003년 신촌 대학가에서 길거리 예배로 시작한 신촌아름다운교회는 20~40대 청장년층이 주로 모이는 활기찬 공동체였고 분립 개척을 9차례나 할 정도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반면 반세기 역사 속에서 부흥을 경험한 서부성결교회는 노인성도 30여명 등 70~80명 정도가 등록된 상황이었다. 최근 10년간 내홍을 겪은 탓이었다.

인간적인 계산으로는 성사될 수 없는 통합이었지만 하나님의 시선으로 일이 진행됐다. 시티미션교회(이규 목사)는 그렇게 형제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탄생했다.

12일 서울 용산구 시티미션교회 용산 성전에서 만난 이규 목사는 “통합 당시 우리 교회는 종로구 부암동에 세계선교센터를 세운다는 결정을 하고 부지까지 알아본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윤구 목사님께서 ‘서부성결교회에 오겠다는 목사도 없고 재정도 없다. 그렇다고 교회가 사라지게 놔둘 수는 없지 않나. 예배당이 예배당 될 수 있도록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하신 말씀이 뇌리에 남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규 목사는 교육전도사 시절 서부성결교회에서 잠시 사역한 적이 있다. “남은 성도들에게 그동안 왜 교회에 남았느냐 여쭤보니 ‘누가 우리 교회 팔아서 없어지면 어떡해요. 막아야죠’라고 하시더라고요. 교회가 이촌동 노른자위에 있다 보니 땅만 노리고 들어오려던 목회자들도 있었다고 해요. 성도들이 오랜 시간 교회를 지켜오신 거죠.”

통합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교회를 합치는데 동의하지 않은 신촌아름다운교회 성도들은 분립 개척한 교회나 다른 지역교회로 떠났다. 오래된 용산 예배당은 리모델링이 필요했고, 남은 성도들은 갑자기 맞이하게 된 원로목사에게도 적응해야 했다.

하지만 담임목사와 한마음이 된 성도들의 기도와 헌신으로 용산 성전은 넓은 카페와 안락한 교육관이 있는 장소로 탈바꿈되고 있다. 이달 말 리모델링을 마치면 사라질 수도 있었던 예배당이 연합의 증거로 어엿하게 세워진다. 시티미션교회는 용산 성전에서 전 연령대를 위한 예배를 드리고 신촌 성전은 20대 젊은 청년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이윤구 원로목사는 “내가 오랫동안 사역해온 교회가 시련을 겪어 마음이 아팠는데 이규 목사와 의기투합해 하나님의 영광을 향해 나아가게 되니 참 감사하다”며 “이규 목사가 목회를 참 잘한다. 힘껏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 목사는 그동안 해왔던 젊은이들을 위한 사역을 시티미션교회에서도 이어간다. “영성과 전문성을 가진 리더들을 키워내 그들이 주님의 선교 명령을 감당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학 캠퍼스와 군부대 선교, 기독 콘텐츠 크리에이터 양성 등 청년들을 위한 판을 깔아주고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 힘쓰겠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