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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자녀교육 비법이 뭐냐고요?… 고생시키며 키우세요”

입력 2022-07-30 03:10:01
쉐마교육원장 현용수 목사가 29일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 앞에서 자신의 저서를 들고 자녀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함께한 현용수 목사와 현상진 차관보.


현용수 목사가 가정에서 쉐마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상진 미연방 법무부 차관보와 현용수 목사가 성경공부하는 모습.


“아버지, 미국에는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중에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 가는 인성교육에서 결정이 납니다.”

피터 현(42·한국명 현상진)씨가 지난해 말 미국 연방 법무부 차관보(법제처장)에 임명된 뒤 아버지 현용수(75·쉐마교육연구원장) 목사에게 한 말이다. 현씨는 현 목사의 4형제 중 3남이다. 현재 한국계 미국인 중 미 행정부 최고위 직책이다.

현씨는 “인성교육은 사람 됨됨이를 말한다”며 “한국에서는 공부 잘하는 사람이 많이 출세하지만, 미국에선 그렇지 않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성을 먼저 본다. 제 임명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시절엔 엄한 아버지에게 불평했다. 하지만 지금은 저를 참 신앙인으로, 그리고 강한 독수리로 키워주심을 감사드린다. 아버지는 제 믿음의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버클리대(UC버클리)와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한 현씨는 미 워싱턴DC 와일리 라인 로펌에서 파트너로 근무했고, 미 상원 법사위에서는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의 수석 법률 보좌관으로 활약했다. 앞서 뉴욕주 법제처장과 연방정부 검사를 지냈다.

29일 서울 광진구에서 만난 현 목사는 유대인 교육 전문가다. 그는 유대인 랍비 가정의 안식일 예배에 참석한 뒤 큰 깨달음을 얻었다. 자녀는 육신의 아버지를 통해 하나님 아버지의 형상을 닮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회개 기도를 드린 뒤 가족에게 그동안 자신의 독재 행위를 사과했고 소통하는 아버지로 변신했다.

그리고 자녀 교육을 아내나 교회, 학교에만 맡기지 않고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가정에 칠판을 사다 놓고 유대인의 성경적인 쉐마교육을 실시했다. ‘쉐마’란 “이스라엘아 들으라”(신 6:4)란 말씀의 ‘들으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다. 쉐마교육은 신명기 6장 4∼9절에 나오는 자녀교육 원리와 방법을 적용한 것이다. 부모는 가정에서 자녀에게 성경을 부지런히 가르쳐야 한다. 또 하나님을 경외하고 사랑하도록 교육한다. 교육의 구체적인 방법이 바로 ‘하브루타(Havruta)’이다. 하브루타는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 토론, 논쟁하는 유대인의 전통 학습법이다.

“제가 변하자 자녀들은 저를 이해하고 아버지를 닮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당시 제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현재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현 목사는 자녀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도록 현가네 족보를 가르치고, 한국인의 예절과 전통을 교육했다. 유대인이 고난의 역사 교육을 강조하듯 한민족의 역사를 가르쳤다. 고향 충북 보은을 찾아 할머니가 광주리 행상을 했던 현장을 보여줬다. 이어 천안 독립기념관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일본의 만행도 교육했다. 용산 전쟁기념관, 부산 유엔군 묘지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는 전쟁의 잔혹함을 깨닫게 했다.

현 목사는 유대인이 성공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하나님이 그들을 광야의 고난 현장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난은 인간을 철들게 하고 자립심을 키워주고, 강한 인간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신문 배달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시켰다.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노숙인을 포함한 약자를 배려하고 복음을 전했다.

“상진이는 로스쿨 재학 중 1년을 휴학하고 서울대에서 한글을 배웠습니다. 탈북자 선교회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지요. 인권 문제에 늘 관심이 많았습니다.”

현 목사는 1등을 권하거나 일류 대학에 들어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학원도 보내지 않았다. 흑인이 많은 공립학교를 보냈다. 강한 의지력을 키우기 위해 미식축구 등 운동을 많이 시켰다. 기독교 동아리 리더로 활약했다. 그런데도 학교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현 목사는 학교 공부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인성이 잘 된 사람이면 당연히 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자녀 교육을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자녀를 고생시키며 키우세요. 그리고 효를 가르치세요. 그러면 성공하고 효자가 됩니다. 영어 수학 학원 교육보다 인성교육에 더 치중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글·사진=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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