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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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설교] 절뚝거리는 승리

입력 2022-09-06 03:10:01


예수님을 믿고 산다고 하면서도 삶에서는 변화되지 않는 우리 모습이 종종 드러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 우리를 사랑하시지만, 우리를 그대로 두시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격과 삶이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모습이 되도록 다듬어 가십니다.

오늘 본문은 야곱의 인생 가운데 그를 변화시키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여줍니다. 야곱은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면서도 여전히 늘 야곱답게 속이고 빼앗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동안 야곱은 아무에게서 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독하고 야무지게 살아왔습니다. 언제나 살벌한 눈으로 긴장하며 살아왔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이 자기 앞만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에서가 4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자기를 맞이하러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야곱은 또 꾀를 냅니다. 형에게 엄청난 선물을 준비해서 보내고, 혹시 형이 공격해 올 경우를 대비해서 가족과 가축들을 두 떼로 나눕니다.

그렇게 두려움 가운데 형을 만나기 위해 준비하는 야곱에게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싸움을 거셨습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싸우던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셨습니다. 야곱은 넓적다리관절이 위골돼 꼼짝없이 주저앉게 되었습니다. 형과 싸움은커녕 도망도 가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자기 꾀와 속임수에 의지해서 살아온 야곱이 이제는 더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부닥치게 됐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야곱을 죽이려고 오신 것이 아닙니다. 싸움을 걸고 져주시러 오셨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힘과 꾀로 살아온 야곱을 변화시키기 위해 찾아오셨습니다. 그 밤에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네가 하나님과 겨루고, 사람들과 겨뤄 이겼다”고 말씀하시면서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주셨습니다. 새 이름은 새 신분을 의미합니다. 더는 속이는 야곱이 아닙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통치를 받으며 살아가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됐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하나님과 씨름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으로 바꿔 주셨습니다.

월터 브루그만은 이런 상황을 ‘절뚝거리는 승리’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날 밤 야곱은 하나님의 얼굴을 봤습니다. 하나님과 단독으로 대면함으로 야곱을 사랑하셔서 찾아오시고 싸움을 걸어 져주시는 사랑의 하나님 얼굴을 봤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야곱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상처가 남았습니다. 평생 절뚝거리며 살아야 했습니다. 이제는 더 독한 눈매와 혈기를 부리며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 평생 잔꾀를 부리며 살던 그의 모습이 이제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순한 모습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은 절뚝거림에서 분리될 수 없습니다. 절뚝거림은 그의 새로운 이름의 본질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경험은 우리를 절뚝거리는 승리의 삶으로 이끌어갑니다. 승리하지만 연약함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약함 속에서 강함을 얻게 되는 이 모습은 우리를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으로 이끌어 줍니다.

우리의 약함은 주님의 강함을 경험할 기회입니다. 오늘도 영적 이스라엘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 약함 가운데 그리스도의 능력을 경험하는, 복음의 역설을 누리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김명호 목사(고양 대림교회)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 있는 대림교회는 부름을 받고 보냄 받은 공동체로서 모여서 제자훈련으로 든든히 세워지는 교회인 동시에 세상 속에 흩어져 소명을 감당하는 교회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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