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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설교] ‘줄탁동시’의 하나님

입력 2022-09-24 03:10:01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현대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려 278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 해도 인생에 느닷없이 등장한 고난이나 감당하지 못할 어려움을 만나면 두려움에 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두려움 때문에 평안할 수 없고, 심지어 기도하기조차 힘이 듭니다.

저 역시, 목회하며 두려움에 휩싸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두려움을 놓고 기도할 때면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은 매번 동일합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입니다. 문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악하고 강하며 나는 여전히 연약한데, 그냥 무작정 주님을 기억하라고 하시기만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요. 이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은 이것입니다. “나를 봐, 내가 있지 않으냐 내가 너의 하나님이 아니냐”입니다.

이럴 때면 저는 다윗이 어떻게 6척, 7척이 넘는 큰 거인 골리앗과 싸워서 이겼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다윗은 그 전장에서 골리앗이 아니라 하나님을 보는 믿음의 눈이 있었습니다. 사울 왕은 큰 골리앗만 보고 숨었지만, 다윗은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실 하나님을 보고서 골리앗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 승리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두려움은 우리가 이겨내는 것이 아닙니다. 두려움은 우리가 두려움의 상황에서 눈을 들어 하나님을 바라볼 때 사라집니다. 우리가 눈을 들어 하나님을 바라볼 때 하나님께서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우리에게 허락하셔서 그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한자성어 ‘줄탁동시’와 동일합니다. 줄탁동시란 병아리가 부화할 때 알의 껍데기를 깨기 위해 안에서는 병아리가, 또 밖에서는 어미 닭이 안팎으로 함께 껍질을 쪼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이 바로 이런 줄탁동시의 모습과 같습니다.

우리도 삶에서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당하게 되면 마치 껍질 속에 갇힌 병아리처럼 내가 가진 능력으로는 도저히 그 상황을 헤쳐 나가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내가 가진 이 약한 부리로 쫀다고 해서 벽이 깨질까’ ‘이 벽이 다 깨져야 밖으로 나가서 살 수 있는데, 정말 내가 이 벽을, 이 문제들을 다 깰 수 있을까’ 이때는 단단한 벽에 나 홀로 갇혀서 나 혼자만 이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때 우리는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이 이 벽 너머에 든든히 서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리디여린 부리이지만, 기도의 손을 뻗어서 나를 둘러싼 벽을 기도로 쪼아야 합니다. 반드시 역사하실 하나님을 믿고 믿음으로 벽을 쪼기 시작하면 하나님의 권능의 손길과 바로 맞닿게 됩니다. 우리의 기도의 부리와 주님의 부리가 닿게 되는 겁니다.

여러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내 앞에 있는 문제를 그저 나의 여린 부리로 쪼고 있는 것 같지만 이 문제는 내가 내 부리의 힘으로 깨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간구를 들으시는 하나님께서 이 문제와 두려움을 깨주시는 것입니다. 이 줄탁동시의 하나님을 믿고 의지함으로 두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기도에 신실하게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깊이 경험하는 믿음의 여정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김지훈 목사(LA 동양선교교회)

◇동양선교교회는 53년 동안 선교사역을 감당해온 미국 LA의 대표적 이민교회입니다. 김지훈 목사는 고려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거쳐 장로회신학대, 미국 아일리프신학교를 졸업한 후 동양선교교회 담임목사와 월드미션대학교 부총장에 재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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