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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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서정희 (11) 일상이 된 글쓰기 습관… 세상과 소통하며 힘든 일 극복

입력 2022-10-05 03:10:01
방송인 서정희씨는 글쓰기를 통해 감정을 정리하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은 평소 말씀을 듣고 쓴 새벽기도 묵상일기와 노트, 성경연구 소책자들.


책을 쓰고 SNS 등에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 묻는 사람이 많다. 궁금한가 보다. 사실 글을 쓰면 집중할 수 있다. 생각을 정화하고 혼란스런 감정을 차분하게 정리한다.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의 깊숙한 소리를 듣곤 한다.

요즘은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을 많이 겪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경험을 나누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시고 내 발을 반석 위에 두사 내 걸음을 견고하게 하셨도다”(시 40:2)

글쓰기가 취미인 셈이다. 주로 휴대전화와 공책에 글을 쓴다. 유방암 수술 직후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마취가 덜 깬 상태에서 돋보기 없이 글을 쓰다 전체 삭제를 누르는 바람에 수 년간 모은 파일이 다 날라가 버렸다. 휴대전화 휴지통을 뒤지고 난리를 쳤다.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하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파일을 찾느라 수술 후 24시간 달고 있는 피주머니의 고통도 잊어버렸다.

공책과 펜이 든 작은 가방, 휴대전화를 갖고 다닌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언제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으면 메모하거나, 줄로 표시한다. 메모지 포스트잇을 붙이고 나중에 다시 보기도 한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영화감상평, 음악을 듣고도 글을 쓴다. 이 방법으로 묵상일기 ‘서정희의 주님’(두란노)을 출간했다. 새벽기도와 주일예배 때 개인기도와 묵상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이런 방법은 비록 형식적이지만, 난 적용했고 성공적이었다.

매일 새벽기도를 다녀와 하나님 말씀을 되새긴다. 날짜와 요일, 날씨까지 꼼꼼하게 기록한다. 정직하게 쓰고 있다. 하나님은 참모습을 보기 원하실 것이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 내면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계속했고, 자전적 에세이 ‘정희’(21세기북스) ‘혼자 사니 좋다’(뭉스북)에서 잇달아 펴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글쓰기로 이겨냈다. 스타일 북을 포함, 7권의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 습관 덕분이다. 글쓰기를 통해 작가가 됐고 인테리어 전문가, 초빙교수 일도 가능했다. 그리고 건축 일까지.

짧고 간결한 성경연구 작은 소책자도 여러 권 만들었다. 아가서와 빌레몬서, 묵상하는 법, 리더십에 대하여, 시간관리, 재정관리, 성령에 관하여, 창세기, 성경연구, 성경해석 귀납적방법 등이다. 소책자를 만든 이유는 잊어 버릴까봐 정리한 것들이다. 스프링 제본을 해 필요할 때 찾아보곤 한다.

보물 같은 열매이고 소득이다. 이렇게 쓴 글들이 박스로 보관돼 있다. 언젠가 이 소책자들도 세상에 나올 것이다. 글쓰기는 이렇게 잃어버린 서정희를 생각나게 해준다. 머뭇거리지 말고, 별거 아닌 하찮은 것까지도 쓰고 메모하자. 이 글을 읽고 한 명이라도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나는 기쁘다. 정말 기쁘다.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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