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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IBM의 독사’ 였던 제가 ‘큐티하는 남자’로 변했죠

입력 2022-11-26 03:10:01
김상건 PTC코리아 지사장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말씀 묵상은 기독교인이 걸어갈 길을 보여줄 뿐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상건 지사장 제공




‘왜 하나님은 성막 재료를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가져오라고 했을까’, ‘내가 가진 재료 가운데 하나님께 드리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김상건(49) PTC코리아 지사장이 지난 23일 큐티(말씀묵상) 노트 곳곳에 적은 질문들이다. 그는 출애굽기 35장의 성막 건축 내용을 묵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 지사장은 자신을 ‘큐티하는 남자’라고 소개했다.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탁월한 도구라고 여겨서다. PTC는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글로벌 IT기업이다.

그는 엘리트 직장인이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IBM에 입사했다. 영업 부문에서 승승장구하며 12년 만에 본부장급으로 발령을 받았다. 회사에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성취한 빠른 승진이었다.

“제 별명이 ‘IBM의 김 독사’였습니다. 독하고 집요하게 일했고 한번 물면 놓지 않았습니다. 안 되면 되게 하라며 자신과 주위를 몰아붙이던 사람이었지요.”

지금도 업계에선 대형 계약을 따내기 위해 강남 테헤란로 밤거리를 누비던 김 독사의 전설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2007년 거침없이 질주하던 그의 삶에 제동이 걸렸다. 가정불화가 극심해졌고 개인적 문제들이 터져나왔다. 김 지사장은 “뭔가, 실이 끊어진 것 같았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들이 단번에 사라진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치열하게 살며 승진해 연봉을 높이고, 더 큰 집으로 이사하고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보통 한국에서 말하는 성공이다. 김 지사장에겐 그저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피나는 노력으로 일군 성취에서조차 의미를 찾지 못하는 무기력한 삶이 시작됐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 골프 모임을 나갔다. 수심 가득한 표정을 본 동반 골퍼가 말을 걸어왔다. “같이 교회 한번 가봅시다.” 평소 크리스천을 나약하다고 생각해왔지만 너무 힘들었기에 선뜻 응했다.

2008년 그렇게 처음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에 나가게 된 배경이다. 그리고 첫 번째 목장 모임에서 그의 인생이 바뀐다. 반포의 한 아파트에서 몇몇 가정이 모였다. 돌아가며 짧게 기도하는 자리에서 김 지사장은 통곡했다. “하나님 아버지, 그다음부터는 그냥 울었습니다. 가슴이 뜨거웠고 마음이 편했어요. 이게 뭘까 궁금해하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김 지사장은 변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대로였다. 그에게 직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쟁터였다.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는 교회와 직장의 하나 됨을 강조해온 목회자다. 김 지사장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에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직장에서 교회처럼 했다가는 다 죽는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신앙이 생겼기에 이전 같은 방식으로 일할 수는 없었다. 하나님께 의지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며 시작한 큐티가 그에게 길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성령이 충만해야 주님께서 지혜와 총명과 지식을 허락하실 수 있습니다. 그 힘으로 회사 일을 해야 경쟁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큐티를 하며 새로 발견한 점들도 있었다. 그는 글로벌 기업을 다니며 해외 경영 사례를 자주 접했다. 큐티의 과정과 방식이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들과 매우 유사했다. 예컨대 기업의 3요소는 사람 제품 프로세스다. 여기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김 지사장은 매일 큐티를 하며 인간관계를 생각한다. “성경엔 각양각색의 사람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왜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힘을 키웠습니다.”

비즈니스 전문용어에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 있다. 직장 동료가, 소비자가, 경쟁자가 ‘왜 그런지 공감하는 것’이 그 첫 단계다. 다른 이를 이해해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서다. 글로벌 기업은 지금도 인재를 채용할 때 공감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비즈니스의 또 다른 핵심 요소로 ‘원인 파악’이 있다. 급변하는 현장에선 문제의 본질을 빠르고 정확히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 역시 글로벌 기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김 지사장은 매일 큐티를 하며 이를 훈련했다. 성경에 나온 사례들을 놓고 문제의 본질을 찾고자 고민했다. 그는 “머리를 비우고 조용히 묵상하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답을 찾는 것이 큐티”라고 말했다.

회사는 관리자에게 그다음 단계를 요구한다. 답을 찾았으면 해결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큐티도 같은 구조다. 본인의 약점을 파악하면 대안을 내놓는다. 큐티가 글로벌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된다고 김 지사장이 생각하는 이유다. 물론 곧잘 넘어지는 게 신앙생활이기도 하다. 그는 “실패는 소중한 경험이기에 많이 쌓을수록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젊은 크리스천을 만나면 꼭 큐티를 하라고 조언한다. 글로벌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전공 점수 높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이 높고,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며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훈련을 매일 큐티를 통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직원들은 이제 김 지사장이 기독교인인 것을 안다. 그는 내친김에 지난달 신우회도 조직했다. 80명 직원 중 회원은 4명이다. 김 지사장은 “우리의 선교지는 멀리 아프리카가 아니라 직장”이라며 “제게서 예수님의 향기가 난다면 신우회 회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탁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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