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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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설교] 3000 대 3만

입력 2022-12-21 03:10:01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리고성에서의 승리를 경험한 뒤 아이성을 맞이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어떻게 자신들을 도우셨는지 까먹을 정도로 승리에 도취해 있었고, 3000명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습니다. “다 갈 필요 있나. 3000명만 보내자.”

여리고에서 승리한 게 그들의 수가 많아서였나요? 아닙니다. 그들이 가진 어떤 것도 승리의 재료는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명령하신 그대로 행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행위는 어떤가요. 제법 교만해졌습니다. “하나님까지 나서지 않아도 돼요.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그렇게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 없이 할 수 있었을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가나안이라는 약속의 땅은 하나님이 거룩하게 성별한 백성을 인도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통치되도록 하시려는 땅입니다. 왜냐하면 그 거룩한 땅에서 거룩한 백성을 통해 그리스도가 오게 하셔야 했거든요. 그들이 들어와 있는 가나안 땅은 하나님 말씀 외에 자신들의 계획과 비전과 목표로 정복하거나 정착할 수 없는 땅입니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이고,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 위에서 하나님 없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그런데 하나님은 아브라함과의 약속을 지키십니다. 꽉 붙들어 인도해 오시죠.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돌아오게 합니다.

하나님 없이 이들 마음대로 보낸 3000명 중 36명을 죽여서라도 하나님께 항의하든 회개하든 찾아오게 하십니다. 직접 그 앞에 데려다 놓으시고 씻기시고 입히시고 빚으십니다. 하나님 백성답게 말이죠.

그리고 아간의 사건을 통해 백성 중 죄인으로 인한 결과라는 걸 알게 하시고, “두려워말고 놀라지 말라. 내가 그의 땅을 다 네 손에 넘겨주겠다”며 아이성으로 올라가라 명하십니다. 그때 이스라엘 백성은 3만명을 뽑아 보냈다고 돼 있는데 좀 의아합니다.

하나님 없이도 할 수 있다고 3000명만 보낸 인간들이, 하나님의 명령 뒤에 3만 명을 보낸다는 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고 했는데도 한 번의 패배 때문에 두려워하는 건 아닌지 의심도 듭니다.

그렇다고 인해전술이 하나님 방법이었다고 결론 맺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여리고에서는 주위를 돈 것만으로 성벽을 무너뜨리셨기 때문입니다.

3000대 3만. 이는 하나님 없는 인간의 상태와 하나님 함께 하시는 인간의 상태를 대조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여기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3000명이라는 숫자는 그들의 교만이라고 했습니다. 3000이라는 소수 인원이 아이성을 정복하려 했다는 데에는 교만과 함께 백성들 저변에 자신들의 치적을 챙기려는 얄팍한 수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걸 해결하시고 전투를 친히 이끄시며, 승리를 붙여주셨다는 하나님 말씀에 300도 아닌 3만명을 올려보낸다는 건 누구든 특별하게 능력 있고, 열심 있으며 자랑할 만한 게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 하나님 일하심과 그 은혜를 경험하고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이가 공로 없이 누리는 걸 의미합니다.

이를 모르면 자신이 누리는 것이 은혜인지도 모르고, 은혜를 쟁취하려고 3000명 중 하나가 돼 경쟁적으로 자신의 공로를 만들며 달려들게 돼 있습니다. 매달려서 얻는 것이 은혜고, 더 달라고 소리치고 가치를 만들어서 누리는 게 은혜라고 말이지요.

“두려워 말고 놀라지 말아라.” 네 손에 붙였다는 그 음성을 듣는 자들, 그 음성 아래 있는 ‘모든’ 자들이 누리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인 줄 믿습니다.

김진혁 아산 뿌리교회 목사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충남 아산 뿌리교회는 김진혁 목사가 2016년 설립했습니다. ‘사람 내 나는 동네 교회’라는 표어 아래 삶을 통한 복음의 확장이 교회가 있는 동네에서 시작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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