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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연말연시 늘어난 술자리… 과음·과식땐 염증 키운다

입력 2022-12-27 04:10:01
게티이미지뱅크
 
위염, 맵고 짠 음식 등 식습관 원인
위축성 위염 흔하지만 위암 초래
금연·절주… 커피 하루 3잔 이내로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음식물 역류
역류성식도염땐 식생활 개선 필요
흡연·음주, 인후두 손상시켜 위험
맥주 즐기는 20·30대는 통풍 주의

몸 속에 만성 염증을 달고 사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근무 중 커피를 자주 마시거나 업무 스트레스를 담배나 술, 매운 음식으로 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말연시 각종 송년회와 신년회 모임에 따른 잦은 흡연 과음 과식 야식은 위와 식도 목 등을 혹사시켜 염증을 부채질할 수 있다. 몸 속 염증은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더 심해지고 치료가 힘들어지며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만성화되기 전에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축성 위염, 가벼이 봐선 안돼

직장인을 괴롭히는 염증질환 중 대표적인 것이 위염이다. 위염은 지속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 위염은 명치 부위 통증과 복부 불편감, 속쓰림 등의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통증의 위치나 양상만으로는 급성 췌장염이나 급성 담낭염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어 복부 초음파나 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만성 위염은 위 점막의 염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진단된다. 대개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일부 환자의 경우 과식하거나 맵고 짠 음식을 먹을 경우 더부룩함, 북부 불쾌감, 윗배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주의할 것은 만성 위염이 오래되면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함)으로 이어져 위암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위축성 위염은 위 점막이 만성 염증으로 얇아진 상태인데, 전 국민의 25%가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천대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교수는 26일 “위축성 위염은 소화기관에 발생하는 감기라 할 정도로 흔하지만 가볍게 생각해선 안된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위염은 심한 스트레스, 과음, 과식, 흡연 및 음식을 빨리 먹거나 자극적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이 주된 원인이다.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감염이나 그 외 세균·기생충 감염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고 아스피린 등 소염 진통제 복용도 원인이 된다. 위염 예방을 위해선 평소 음식을 천천히 먹고 맵고 짠 음식은 최대한 피하는 식의 식습관 개선이 우선이다. 금연과 절주는 기본. 커피는 하루 3잔 이내로 마시는 게 좋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있는 경우 제균 치료를 꼭 받도록 한다.
 
식도 염증, 드물게 암 진행

역류성식도염도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역류성식도염 진료 환자는 315만명에 이른다. 이는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괄약근의 기능이 약해져 위산과 음식물이 거꾸로 올라와 식도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음식 삼킴곤란이나 가슴뼈 뒤쪽이 타는 듯한 통증, 가슴에 음식이 걸려있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쉰 목소리나 만성 기침, 기관지 천식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나희경 교수는 “역류성식도염이 심한 상태가 지속되면 매우 드물지만 식도 아랫부분의 점막이 염증으로 인해 장 점막처럼 변하는 ‘바렛 식도’로 변할 수 있다”며 “바렛 식도는 식도 선암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주기적인 내시경 및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역류성식도염 역시 식도 괄약근의 압력을 낮추는 기름진 음식, 음주, 흡연, 커피 등을 즐기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야식이나 과식 후 바로 눕는 습관은 좋지 않다. 기름진 음식은 위 속에 오래 남아있어 역류할 기회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줄이는 것이 좋다. 잠 잘 때는 상체를 15도 정도로 약간 높게 하거나 왼쪽으로 눕는 자세가 좋다. 식후 3시간 동안은 눕지 말아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도움되지만 식후 과격한 운동은 역류를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조심한다. 과체중이나 비만이라면 체중 감량만으로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식생활 개선과 약물요법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내시경이나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술·담배, 인후두염 만성화 원인

먹고 마시는 음식과 공기가 각각 식도와 기도로 들어갈 수 있게 구분해주는 인후두에 잦은 염증으로 고생하는 이들도 많다. 인후두염은 흔한 ‘목감기’의 원인 중 하나다. 인두 부위에 주로 염증이 있을 경우 초기에는 이물감, 가벼운 기침 증상이 있다가 심해지면 통증 때문에 음식을 삼키기 어려울 정도의 불편감이 생긴다. 후두 부위에 염증이 있을 땐 기침을 자주 하고 목소리가 변할 수 있다.

급성 인후두염은 감기 등 바이러스 감염이나 성대를 갑자기 무리하게 사용했을 때 생길 수 있다. 만성 인후두염은 급성 인후두염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거나 흡연·음주 등 잘못된 습관, 장기간 목소리 사용이 원인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이윤세 교수는 “특히 감기에 걸린 후 술과 담배를 계속하다 보면 만성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역류성식도염으로 위산이 식도를 지나 인후두까지 올라와 염증(역류성 인후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를 위해선 안정을 취하고 물을 자주 마시며 자극적인 음식을 피해야 한다. 적당한 습도 유지도 필요하다. 흡연과 음주는 성대에 부종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 인후두에 손상을 입혀 인두암, 후두암 위험을 높인다. 카페인이나 밀가루·고지방 음식, 과식도 피하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증상이 심해지거나 만성화돼서 생활에 불편을 주기 전에 생활습관부터 우선 교정하면서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육류 안주와 함께 음주, 특히 맥주를 즐기는 젊은층은 통풍에 주의해야 한다. 통풍은 중년 이상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20·30대에서도 급증하는 추세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이 배출되지 못하고 몸 안에 쌓여서 생기는 염증성 관절질환이다.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등 하지 관절의 갑작스러운 통증과 부종 등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강북삼성병원 류마티스내과 은영희 교수는 “통풍은 완치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젊은 환자는 지속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통풍이 계속 재발하는 데도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관절 변형, 나아가 심혈관질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통풍 예방을 위해선 요산으로 최종 대사되는 퓨린 함량이 높은 맥주와 곱창·간 등 내장음식, 육류, 농축된 육수 등의 섭취를 줄이고 금연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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