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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설교] 마지막 희망-구원의 옷자락을 붙든 여인

입력 2022-12-29 03:15:01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길을 가다 보면 보닛을 열어 놓고 서 있는 차량들이 가끔 눈에 띕니다. 배터리가 약하거나 방전돼 시동에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합니까? 대부분 자동차 보험사의 출장 서비스를 요청하면 신속히 와서 해결해 줍니다. 가만히 보면 시동이 걸린 차량과 멈춰선 차량을 선으로 연결해서 시동을 겁니다. 이를 점프라고 합니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어떤 방법을 다 동원해도 해결은 안 되고 고민이 깊어질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현대인들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마가는 12년간 혈루라는 불치병과 싸워야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여인은 많은 의원을 찾아다녔지만 터무니없는 치료법의 실험 대상이 될 뿐 아무 효험도 없이 있던 재산까지 다 허비했습니다. 결국 희망이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이 여인이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계신 곳에 찾아오기는 했어도 그분을 만나기까지는 여간 어려움이 많은 게 아니었습니다. 어려움에는 외적인 어려움과 내적인 어려움 2가지가 있었습니다. 외적인 어려움은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길을 걸어가고 계신 예수님께 접근하기가 어려웠고, 내적인 어려움은 부끄러운 자신의 질병을 주님 앞에 얘기할 수 없는 데다가 환부를 보일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쯤 되면 포기하고 절망할 만도 한데 이 여인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 성전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종교적인 소외를 당한 질병이 바로 혈루병입니다. 이것은 공동체로부터 철저하게 버림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가정과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됨으로써 코로나보다 더 심한 제약을 받았고 자신의 행복추구권조차 박탈당했습니다. 아주 무섭고 끔찍한 병입니다. 그러나 이 여인은 누군가, 무엇인가를 붙들기 위해 몸부림을 쳤습니다. 많은 사람들로 인해 예수님을 직접 마주칠 수는 없었지만 지나가시는 예수님의 뒤로 와서 주님의 옷자락이라도 만지면 구원을 얻겠다 싶은 믿음으로 예수님의 옷에 손을 갖다 댑니다. 세상 사람들은 화려한 옷 붙들기를 원할 텐데 우리 주님의 옷은 그리 화려하지도 못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붙들기만 하면 신비한 능력이 나타납니다. 그분을 붙들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덧입게 되고, 하늘 문이 열리는 놀라운 능력을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율법은 피가 흐르는 이 여인을 부정한 사람으로 낙인 찍은 상태였고, 자신만 부정한 게 아니라 이 여인이 만지는 모든 것들이 다 부정해집니다. 그런 여인이 예수님을 만졌다면 율법에 따라 이제 예수님이 부정해져야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님이 부정해진 것이 아니라 부정한 여인의 혈루 근원이 말랐고 예수님이 오염된 것이 아니라 부정한 여인이 정결해졌습니다. 깨끗케 하는 능력, 정결케 하는 신비, 이것이 바로 복음의 신비요, 예수의 능력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옷자락을 만진 그 여인을 향해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셨으니 평안히 가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제 네 인생이 새로워졌으니 평안의 땅을 향해 가라는 말씀입니다. 네 모든 문제와 갈등과 근심이 사라졌으니 축복과 승리가 약속된 그 땅을 향해 가라는 주님의 명령입니다.

가시적인 주님의 몸 된 교회는 예수님의 옷자락과 같습니다. 몸을 감싸는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교회를 통해 복음의 영향력이 더욱 넓혀지기를 소망합니다.

장덕봉 새행로교회 목사

◇장덕봉 목사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침례교 목사로서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원(D.Min.)을 거쳤고 침례신학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했습니다. 국민일보 출판 ‘아주 특별한 부르심’의 저자이며, CTS 라디오조이와 FEBC 극동방송에서 ‘인문학칼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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