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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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설교] 담을 헐고 사랑을 여는 관용

입력 2023-01-18 03:10:01


사람이나 기계가 완벽한 정밀도를 갖춘 제품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오차를 허용하는데 이것을 ‘탈러런스(tolerance)’라고 합니다.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부족함을 수용한다는 뜻입니다. 탈러런스는 ‘관용’으로도 번역됩니다.

관용의 영어적 의미는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바탕 위에 한 발씩 양보해 적절한 타협을 이루고 공존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어사전에서는 ‘너그럽게 용서하고 용납함’이라고 정의합니다. 넓은 마음으로 포용한다는 뜻입니다. 본문에 나온 관용은 허용 공존 포용의 뜻과 함께 인내, 절제, 부드러운 마음을 포괄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역 성별 세대 경제 이념 등으로 심각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발간한 책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올해 ‘피터팬’과 ‘네버랜드 신드롬’을 예견했습니다. 어른의 역할과 기준이 없어지고 성인 아이 같은 피터팬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아이 같은 자기 중심성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관용이 더욱 필요한 사회가 됐습니다. 사람들은 이해타산에 빠르고 타인을 배척하며 자기중심적으로 됐습니다. 사회는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을 극단적으로 미워하며 분열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아픔을 주고 외면한 사람을 쉽게 품지 못합니다.

본문에 나온 빌립보교회에서도 성도들이 하나 되지 못하고 나누어진 사건이 나옵니다. 유오디아와 순두게의 갈등입니다. 이런 모습이 교회 안에서 나타난 것은 매우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2절)고 말합니다. 또 서로가 연합해 주의 사역을 계속하려면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관용을 나타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관용의 핵심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타인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관용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하나님은 자격 없는 우리를 받아주시고 예수님을 통해 당신의 자녀로 삼아주셨습니다. 율법에 따른 정죄가 아닌 은혜의 사랑으로 우리를 용서하셨습니다. 하나님 사랑에 기초해 사람을 너그럽게 수용하고 서로를 존중할 때 사회공동체는 이타적 모습으로 변할 것입니다.

본문 5절은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고 했습니다. 관용의 마음으로 높이 올려진 담을 허물고 주님의 사랑을 나누라고 말씀합니다. 모든 사람이 알도록 관용해야 하는 이유는 종말론적 관점에서 주님이 오실 날이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언젠가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관용을 베풀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영원히 멸망 받을 죄인으로서 순전히 주의 은혜로 구원받았습니다. 심판주는 유일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주님이 오시는 그날까지 혹은 우리가 주님 앞에 가는 그날까지 우리가 심판대 앞에 설 죄인임을 기억합시다.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넓히고 너그러운 자가 돼야 합니다. “고린도인들이여 너희를 향하여 우리의 입이 열리고 우리의 마음이 넓어졌으니 너희가 우리 안에서 좁아진 것이 아니라 오직 너희 심정에서 좁아진 것이니라 내가 자녀에게 말하듯 하노니 보답하는 것으로 너희도 마음을 넓히라.”(고후 6:11~13)

매일 하루를 시작하면서 얼마나 이웃을 너그럽게 대하고 용서하며 사랑했는지 돌아봅시다. 올 한해도 주님 앞에 부끄러움 없는 관용의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이경호 목사(서울 함께교회)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함께교회는 2008년 개척된 이래 제자 양육으로 그리스도의 일꾼을 세우고 있습니다. 해외 선교를 비롯해 청년·다음세대 선교에 진력하는 젊은이 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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