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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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설교] 하나님의 의는 차별이 없느니라

입력 2023-01-25 03:15:01


우리 삶을 자세히 보면 많은 차별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차별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입니다. 사람들은 차별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만, 때로는 비용을 더 내서라도 특별 대우를 받고 싶어합니다.

이처럼 특별한 무엇인가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차별이라는 것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많은 차별이 존재한 사회적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은 차별적인 사회 구조에 순응하며 차별을 받아들인 편이었습니다.

한 방송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백정 아버지와 서양의사 아들’을 봤습니다. 여기에서 1894년 ‘박가’라 불린 백정이 등장합니다. 당시 전염병에 걸려서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캐나다인 의사이자 선교사인 올리버 에이비슨을 통해 극적으로 치료를 받습니다.

에이비슨 선교사는 고종황제의 시의(侍醫)였습니다. 그 시대 정서로는 왕을 만진 손으로 천민에 속한 백정을 치료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백정 박가는 차별 없이 사람을 대하는 선교사의 사랑에 힘입어 교회에 출석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갑오개혁을 통해 신분제 차별 폐지가 발표됐지만 오랜 관습으로 인해 제대로 효력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백정 박가는 훗날 박성춘이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그는 1898년 서울 종로에서 열린 독립협회가 주최한 ‘만민공동회’ 강사로 등단해 신분제 차별 철폐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박성춘의 아들 박서양은 1908년 제중원의학교 1회생으로 졸업해 의사가 됐습니다. 제중원의학교는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로 바뀌고 해방 후 연세대 의과대학으로 통합됩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몸으로 우리 삶에 오셔서 하나님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에 세리와 창기, 사마리아 여인 등을 서슴없이 만났습니다. 예수님은 뛰어나고 특별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 열두 명을 제자로 삼으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 믿는 사람을 박해했습니다. 예수님을 전하는 사역자로 쓰임 받을 수 없는 사람임에도 예수님은 그를 사도로 부르셨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로마서 3장 22절의 깊은 뜻을 이해했습니다.

바울은 이 내용을 빌레몬서에서 소개합니다. 빌레몬의 노예였던 오네시모가 그리스도인이 됐을 때 그를 노예가 아닌 그리스도인으로 따뜻하게 맞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2011년 인도에서 한인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수도 델리에는 한국의 많은 대기업이 있었는데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성도의 가정이 개척교회에 큰 힘이 됐습니다. 그러나 그때 말씀을 보고 기도하면서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교회의 주연은 화려하고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예배드리기 어려운 이 땅에서 하나님을 간절히 사모하는 무명의 성도가 주연이다.’

이후 저는 사람들을 가려서 대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하려는 목회 원칙이 자리를 잡았고 많은 선교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현재 삶의 현장에서도 큰 원동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하나님은 우리에게 많은 만남을 예비하셨습니다. 이 만남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주연과 조연으로 나눠 차별해선 안 됩니다. 오늘 본문을 생각하며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대하며 환대해봅시다. 주님께서 우리를 믿음의 사람으로 세워주실 것입니다.

정용구 목사 (KWMA 미래한국선교개발센터장)

◇정용구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에서 파송된 선교사로 2011년 6월 인도 델리한인장로교회를 개척해 사역했습니다. 현재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서 미래한국선교개발센터장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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