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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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수준이 낮고 세련되지 못한 ‘유치’

입력 2017-04-29 05:05:03


유치(幼稚)는 나이가 어리다는 뜻입니다. 수준이 낮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말이지요. 幼는 힘이 약하다, 稚는 벼가 새털만큼 자랐다는 의미입니다. 작고 어리기 때문에 미숙하다는 뜻입니다. 어린아이들이 가는 곳이 유치원(幼稚園)이지요.

사람은 대개 나이가 들면서 보고 배우는 게 있어 유치에서 벗어나 성숙해지는데 그러지 못하면 치졸, 옹졸, 졸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치졸(稚拙)은 생각이나 언행이 유치하고 졸렬하다는 말입니다. 졸렬(拙劣)은 옹졸하고 보잘것없다, 천하여 서투르다는 뜻이지요. 옹졸(壅拙)은 ‘옹색’이 말해주듯 성격이 너그럽지 못하고 좁아 꽉 막혔다는 뜻입니다.

‘拙’은 아기처럼 손으로 기어서 문밖으로 나가는 모습의 글자로 서투르다, 어리석다 등의 뜻을 가졌는데 幼稚와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을 너무 서두른 나머지 어설프고 서투른 게 졸속(拙速)이지요. 자기 원고를 낮춰 이르는 졸고(拙稿)처럼 자신의 것에 대해 겸손해하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바둑에서 초단을 수졸(守拙)이라고 하지요. 겨우 자기 집이나 지킬 정도 즉 ‘拙’ 수준이라는 말이겠는데 바둑을 두는 사람이라면 초단의 경지를 비춰볼 때 얼마나 겸손한 표현인지 압니다.

살 만큼 살아 덩치도 큰데 하는 짓이 어린애 같으면 유치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지요. 그런데 그런 나라도 있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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