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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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해결되지 않는 일로 속 태우는 ‘근심’

입력 2017-05-13 05:05:03


해결되지 않는 일 때문에 속을 태우는 것. ‘근심’입니다. 일이 잘못될까 불안해하는 것, 아랫사람의 잘못을 나무라는 말(귀가 시간이 늦으니 부모님의 걱정을 듣지)인 ‘걱정’과 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근심은 한자어 같지만 순우리말입니다. 한자로는 우(憂) 환(患)으로 쓸 수 있겠지요. 머릿속이 심란해 발걸음이 무거운 게 憂이고, 마음(心)에 걸리는 일이 구슬을 꿰 듯(串, 꿸 관) 이어진다는 게 患입니다. ‘꼬치’ 고기 파는 집 입구에 ‘串’자가 씌어 있는 걸 봅니다. 꼬챙이에 뭔가를 꿴 것 같지요.

아래는 묵자(墨子)가 든 칠환(七患)입니다. 나라에 재앙을 부르는 일곱 가지 근심거리라는 뜻이지요.

①성을 지키기도 버거운데 궁궐을 크게 짓고 꾸미는 것 ②적이 쳐들어왔는데 이웃 나라가 안 도와주는 것 ③무능한 자에게 상을 주고, 접객에 국고를 낭비하는 것 ④관료들이 자리보전을 위해 패거리를 짓고, 군주가 법을 맘대로 고쳐 신하들을 꾸짖고, 신하들은 그게 두려워 바른말을 못 하는 것 ⑤군주가 국사를 상의 없이 독단하고 자만하면서 국방을 소홀히 하는 것 ⑥군주가 믿는 자는 충성심이 없고, 충신은 군주를 안 믿는 것 ⑦참모들의 능력이 모자라고, 백성에게 상을 내려도 기뻐하지 않고 죄인에게 벌을 줘도 죄인이 수긍하지 않는 것.

새 지도자가 가슴에 깊이 새길 일입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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