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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 “연기하니 활력 생겨… 중년 포스 기대해” [인터뷰]

입력 2017-05-15 00:05:01



“시원섭섭하다? 시원한 것보단 아쉬움이 커요. 작품 끝나고 혼자 있으면 기분이 더 이상했을 텐데, 마침 연휴라 애들이 유치원 안 가고 집에 있더라고요. 촬영 때문에 3∼4개월 동안 거의 못 봤기 때문에 요즘은 껌딱지처럼 붙어있어요(웃음).”

배우 고소영(45)이 우여곡절 끝에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본인은 ‘절반의 성공’이라 표현했다. 10년 만에 선보인 드라마 ‘완벽한 아내’(KBS2)는 적잖은 포부와 기대로 시작한 작품이었다. 도회적인 이미지의 그가 억척스런 아줌마 역에 도전한 것만으로 새로운 출발을 의미했다.

드라마 종영 열흘 만인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소영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리고자 했다. 우먼파워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후반부 들어 힘이 빠지더라. 시청률을 떠나 초반에는 호평도 많이 받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완벽한 아내’는 주인공 심재복(고소영)이 무능한 남편(윤상현)에게 벗어나 당당히 제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억지스러운 설정이 빈번해지면서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막장’이라는 비판도 피하지 못했다. 시청률 4∼5%대에 머물다 최종회 6.1%로 막을 내렸다.

“그래도 끝까지 어느 한 사람 포기하지 않았어요. 배우들 모두 각자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컸어요. 현장 자체가 너무 좋았죠. 이번에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만 받았으면 다시 하고 싶지 않았을 텐데, 좋은 기억이 많아요. (복귀작으로서) 스타트가 좋았던 것 같아요.”

고소영 역시 재복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그는 “아름다움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 않나. 나이가 들다 보니 ‘예쁘다’는 것보다 ‘멋있다’는 표현이 좋더라. 억척스러운 재복이 굉장히 멋있고 쿨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처음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어요. 근데 제가 10년 만에 연기하면서 또 화려한 럭셔리족으로 나오면 식상하지 않았을까요? 저, 사실 그렇게 매일 공주처럼 살지 않거든요(웃음).”

영화 ‘구미호’(1994) ‘비트’(1997) 등을 통해 전성기를 누렸던 고소영은 2010년 동갑내기 배우 장동건과 결혼한 뒤 살림과 육아에만 전념해 왔다. “두 아이 모유수유를 하다 보니 어디 갈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또 엄마 아빠가 유명인이라고 애들이 놀이공원도 못 가보는 건 싫었어요. ‘남들 하는 건 다 해야 돼’ 하면서 막 데리고 다녔죠(웃음). 그러다 보니 시간이 가더라고요.”

“그동안 내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지냈다”는 고소영은 “다시 일을 하면서 활력을 얻었다”고 했다. 작품 욕심도, 의욕도 점점 차오르고 있다. 그는 “되도록 빨리 차기작에 들어가고 싶다”며 “발품을 팔아서라도 좋은 작품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정우성 이정재 등 친구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게 참 좋아 보이더라고요. ‘중년의 포스’라고 할까요. 싱싱하고 풋풋한 건 이제 못해도 연륜에서 오는 카리스마가 있거든요. 젊은 친구들이 따라하지 못하는, 그런 게 우리 몫이라 생각해요.”

권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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