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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현욱 “朴정부 ‘수요자 중심’ 말로만 기업도 정책 해석에 바쁠 정도”

입력 2017-05-15 18:25:01


박근혜정부 출범 때인 4년 전 일이다. SK경제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직을 맡고 있던 김현욱(사진) 박사는 SK 내부 인사로부터 “이번엔 어떨 것 같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11년 가까이 근무했던 경험을 비춰봤을 때 이번 정부도 정치적 슬로건을 정책에 반영할 것으로 보냐는 질문이었다. 당시 김 박사는 “사람들 수준이 높아져서 이번엔 안 그럴 것”이라고 답했고, 다른 이들은 반복될 것으로 봤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김 박사의 예측은 빗나갔다. ‘창조경제’가 모든 정책을 지배했다. 김 박사는 “역시나 장사하는 사람들 감이 맞더라”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10일 KDI 거시경제연구부장 겸 금융경제연구부장으로 복귀할 때까지 민간에서 보낸 6년은 정부와 민간의 온도차를 실감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특히 시작부터 끝까지 지켜본 박근혜정부는 괴리가 더 컸다고 김 박사는 토로했다. 지난 12일 KDI 집무실에서 만난 김 박사는 “말은 수요자·고객 중심이라고 했지만 정작 수요자가 뭘 원하는지는 관심이 없었다”고 전 정부를 평가했다. 기업은 정부 정책을 해석하는 데 바빴다고도 덧붙였다.

김 박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간에서 본 박근혜정부 정책은 ‘이렇게 고민하시겠군’이라는 애매모호한 가정이 밑바탕이었다. “배고프다”는 60대 민원인에게 음식을 대접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달리 배고프다는데 소상공인 정책으로 식당을 많이 만들어 주겠다고 답한 격이다. 그러니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기업대로 위축되면서 청와대만 쳐다봤다.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가계부채도 부쩍 늘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호황을 누릴 기회를 잃었다. 김 박사는 “우리 경기는 미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미국 경기는 5∼6년 전 회복세로 돌아서 이미 꼭짓점을 찍었다”며 “세월호, 메르스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한국 기업은 이 호황을 지난해부터 조금씩 체감하기 시작했는데, 더 좋아지긴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박사가 새 정부에 바라는 부분은 실패를 답습하지 말라는 것이다. 최소한 경제면에서는 규제 완화 실천이 간절하다고 제언했다. 김 박사는 “규제 완화를 외친 부분은 정말 중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좀 더 빨리 따라잡는 수단인 만큼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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