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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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파렴치한 무법자 날강도들 ‘불한당’

입력 2017-05-20 05:05:03


‘불한당(不汗黨)’. 떼 지어 돌아다니며 재물을 마구 빼앗는 무리를 일컫는 말입니다. 날강도, 떼강도이지요.

불한당은 ‘저 불한당이 부녀자들을 희롱한다’처럼 남 괴롭히는 것을 일삼는 파렴치한 자들의 무리를 뜻하기도 하고, 막되어 예의를 모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 불한당은 위아래 없이 반말을 한다’같이 쓸 수 있지요.

汗은 땀입니다. 땀 많이 흘리는 증상을 다한증(多汗症)이라 하지요. 不汗은 땀을 흘리지 않는다, 黨은 무리를 짓는다는 글자입니다. 불한당은 ‘땀이 나도록 노력하며 살지 않는 자들’이라는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겠습니다. 남의 것 빼앗을 궁리만 하니 땀을 흘릴 리 있나요.

불한당은 폭력을 쓰면서 못된 짓을 하는 무리 ‘깡패’와 같은 급이라 하겠습니다. 깡패는 갱에 패(牌)가 붙은 말인데, 깡은 폭력집단을 이르는 갱(gang)이 변한 것이고 牌는 어울려 다니는 무리라는 뜻입니다. 패거리, 패싸움 등에서 알 수 있지요. 화적(火賊)도 강도질을 일삼는 무리라는 뜻입니다. 조선 말 ‘횃불을 들고 잘사는 집을 습격하던 도적’을 이르던 말인데, 시대적 배경이 있어 보입니다.

선량한 이들을 등치는 비인간 사기꾼들, 공과 사 구분 않고 제 배 채우는 데 몰두하는 일부 공인(公人)들, 끼리끼리 작당해 이익을 독점하려는 연줄 추종자들…. 불한당입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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