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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3’ 인간보다 인간적인 유인원, 그 우아함 [리뷰]

입력 2017-08-03 00:05:01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 소녀 노바(오른쪽)가 유인원과 교감하는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전 세계에 퍼진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는 진화한 유인원들에 의해 지배받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인다. 유인원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는 인간과의 공생을 모색하지만 그에 반대한 유인원 코바의 도발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감독 맷 리브스)은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으로 이어져 온 3부작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1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2편에서 리더로서의 신념을 확인한 시저는 이번 3편에서 격렬한 변화를 겪는다. 인간에 대한 증오를 품게 된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저는 인간군 맥켄리(우디 해럴슨) 대령에 의해 가족과 동료를 무참히 잃고 분노에 눈을 뜬다.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복수의 여정에 나선다. 하지만 자신이 그토록 미워했던 코바와 닮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낙담한다. 시저의 내면에선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인간성이 상실됐을 때의 참혹함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인간군의 유인원 말살 작전을 담은 오프닝 신에서 특히 도드라진다. 유인원들의 비명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지는 가운데, 카메라는 총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유인원 수백여마리가 널브러져 있는 광경을 부감으로 훑어 올라간다.

극 중 등장하는 대다수의 인간은 군인. 그들에겐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차갑고 야만적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 따위도 없다. 그러나 유인원은 다르다.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우연히 만난 소녀 노바(아미아 밀러)를 눈 속에 홀로 내버려두지 못한다. 벌거숭이 유인원 배드 에이프(스티브 잔)는 추위에 떠는 노바를 보자마자 자신의 옷을 벗어준다.

이번 편에 새롭게 등장한 노바는 인류의 희망을 상징한다. 유인원을 위해 진심으로 울어주고 그들을 도우려 위험을 무릅쓴다. 퇴화하는 인간과 진화하는 유인원이 서로 총과 창을 겨누는 상황에서 노바의 존재는 마치 한겨울 피어난 꽃과 같다. 이 거대하고 묵직한 이야기를 닫으면서 그는 우아한 마침표를 찍어준다.

전체적으로 단조롭고 느릿한 전개는 지루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볼거리만큼은 압도적이다. 1968년 나온 오리지널 시리즈 ‘혹성탈출’(감독 프랭클린 J. 샤프너)과 내용상 연결고리가 있으나 기술적 완성도 면에선 비교가 되지 않는다. 로케이션 촬영분에 CG를 입히는 라이브 모션캡처와 배우의 섬세한 감정을 잡아내는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훌륭히 구현했다.

‘모션캡처 연기의 1인자’ 앤디 서키스의 연기력은 흠잡을 데가 없다. 시저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완벽하게 전달해낸다.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서키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140분.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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