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주타누간 “드라이버 사용 않겠다”… 프로골퍼들의 ‘입스’ 공포증

입력 2017-08-03 05:05:04
아리야 주타누간(왼쪽부터)이 지난해 8월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골프 3번홀(파4)에서 드라이버 대신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는 모습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지난해 12월 바하마에서 열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 골프대회 최종라운드 3번홀에서 퍼트를 놓친 후 클럽을 놓는 모습. 청야니가 지난 6월 미국 일리노이주 올림피아필즈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세계랭킹 3위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은 2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링크스 코스에서 열리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 공식 기자회견에서 “드라이버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타누간은 드라이버 잡기를 꺼리는 대표적인 골퍼다. 수많은 골퍼들이 장타에 욕심을 많이 내는 가운데 왜 주타누간은 드라이버를 사용하지 않을까.

바로 입스(yips) 때문이다. 입스는 골프에서 스윙 전 샷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생하는 각종 불안 증세를 일컫는다. 주타누간은 드라이버로 공을 때리면 정확도가 턱없이 떨어진다. 이처럼 세계최고의 골퍼들도 종종 입스를 경험하고 있으며 웬만한 노력 없이는 이를 극복하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 입스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번의 실수로 무너졌을 때의 잔상으로 인해 샷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서다.

건강하면 천하무적이라는 ‘골프여제’ 박인비는 갓 20살때인 2008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입스가 생겼다. 이후 4년간 57번의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한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2008년 투어 마지막 경기 ADT 챔피언십에서 18번홀을 앞두고 돌연 기권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박인비는 “샷 난조로 공을 많이 잃어 버렸는데 마지막 남은 공마저 18번 홀에서 잃어 버리면 공이 없어 퇴장당한 LPGA 1호 선수가 될 것 같아 기권을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김인경의 30㎝ 퍼트 실패 이후 나타난 부진도 골프팬들 사이에 회자되는 대표적인 입스 사례다. 김인경은 2012년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30㎝ 파 퍼트를 어이없이 놓친 뒤 퍼트 입스에 마음고생했다. 이후 약 4년간 무관의 세월을 보내는 등 후유증을 톡톡히 앓았다.

올해 US여자오픈 우승자 박성현도 2010년부터 드라이브 입스로 매번 좌절했다. 박성현은 “한 라운드에서 OB(out of bounds·공이 코스를 넘어선 구역으로 가는 것)를 10개 낸 적도 있었다”고 했다. 천하의 타이거 우즈도 2015년 칩샷 입스로 무너졌다. 칩샷을 할 때마다 공이 땅을 구르거나 홈런이 됐다. 미국 골프채널이 ‘2015년 투어의 별난 순간 10가지’에서 우즈의 칩샷 입스가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입스에 대처하는 자세는 제각각 다르다. LPGA를 주름잡는 한국낭자들은 주로 피나는 노력 끝에 극복한 성공사례다. 박인비는 남편인 스윙코치 남기협씨의 도움으로 가파르게 내려오는 자신만의 특이한 스윙 폼을 만들어 입스에서 탈출했다. 박성현은 중학교 시절 좋았던 폼을 찍어둔 비디오를 쉼없이 틀어보며 샷을 가다듬었다. 김인경은 아예 잠시 골프를 접고 심리상담까지 받으며 평정심을 이끌어냈다.

반면 우즈와 청야니는 여전히 입스를 극복 못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우즈는 2015년 입스에 걸린 후 허리 통증과 수술 때문에 경기에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일각에선 입스를 감추기 위해 허리 통증을 핑계로 출전을 포기하지 않느냐는 소문에 휩싸였다. 우즈는 현재 1000위권 밖으로 순위가 떨어진 상태다.

청야니는 LPGA 투어에서 2011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09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한 절대강자였다. 그런데 이후 드라이버 입스에 걸리면서 한 방에 무너졌다. 공이 좌우로 제멋대로 가면서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예 워터해저드로 샷을 날리는 훈련까지 했지만 백약이 무효다. 2일 현재 세계랭킹 204위로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주타누간은 입스에 신경쓰지 않는 독특한 ‘포기형’이다. 워낙 장타자이기에 굳이 드라이브 입스에 신경쓸 것 없이 우드나 2번 아이언으로도 티샷을 날린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 주타누간은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도 드라이버를 한 번도 쓰지 않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