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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 연기 열정 불태운 20년… 하늘로 무대 옮기다

입력 2017-10-30 21:35:01


“연기할 때는 늘 즐겁다. 이제는 어떻게 연기를 해나가야 하는지 방향성이 보이니 더 재미있다. (앞으로도) 잘할 테니 지켜봐 달라.” 지난 4월 ‘석조저택 살인사건’ 개봉 즈음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배우 김주혁(45·사진)이 한 말이다. 연기 20년차에도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차 있던 그가 30일 교통사고로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주혁이 이날 오후 4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아이파크아파트 앞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자신의 검정색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가던 그가 앞서가던 그랜저 차량을 두 차례 추돌한 뒤 아파트 벽면을 들이받았다. 차량이 전복돼 엔진 쪽에서 연기가 났지만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다. 김주혁은 건국대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오후 6시30분쯤 사망했다. 동승자는 없었다. 그랜저 차량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추돌 후 김씨가 가슴을 움켜잡고 있더니 갑자기 돌진해 다시 차를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주혁씨에게 술 냄새가 났다는 이야기는 없다”면서 “심장 이상으로 사고를 낸 건 아닌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주혁은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처음 연기자가 됐을 때는 배우 김무생(1943∼2005)의 아들로 주목받았으나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따뜻한 이미지를 가진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았다.

드라마 ‘카이스트’(SBS·1999) ‘흐르는 강물처럼’(SBS·2002) ‘프라하의 연인’(SBS·2005)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데 이어 영화 ‘싱글즈’(2003)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아내가 결혼했다’(2008) 등을 성공시키며 중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전후 몇 년간 침체기를 겪은 그는 예능 출연을 계기로 전환기를 마련했다. 2013년부터 2년간 ‘해피선데이-1박2일’(KBS2)에 고정 출연하면서 한층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 다가서는 데 성공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구탱이 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올 초 개봉한 영화 ‘공조’에서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해 호평을 얻었다. 이후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드라마 ‘아르곤’(tvN)을 연달아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김주혁은 불과 사흘 전인 27일 제1회 서울어워즈에서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로 남자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연기 생활한 지 올해 20년이 됐는데 영화에서 상을 처음 받아본다”며 “‘공조’에서 악역을 처음 해봤는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주혁은 올해 연인 이유영(28)과의 결혼 가능성에 대해 “올해 할까 싶다”고 애정 담긴 답변을 하기도 했다. 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 ‘흥부’ ‘창궐’ ‘독전’(가제)은 그의 연기 고민과 열정을 담은 유작이 됐다.

권남영 손재호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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