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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칸타타] 인간다움 깨우치게 하는 몸의 매력에 푹∼

입력 2018-05-26 01:10:02
전수경 작가가 24일 서울 성북구 작업실에서 아담과 이브, 사과, 뱀 등을 그린 작품 ‘선악과’를 완성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전수경 작가의 작품 ‘여섯째날Ⅲ’. 한지에 먹과 흰 분가루 등으로 그린 이 작품은 천지창조 여섯째 날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몸을 그렸다.


화가를 꿈꾸는 소녀가 있었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을까’ 늘 궁금했다. 특히 자고 나면 변해 있는 ‘몸’에 관심이 많았다. 부끄럽고 어려운 주제였다. 하지만 소녀는 꾸준히 누드그림이나 만화를 그렸다. 마침내 그는 화가가 됐다.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어려움이 밀려왔다. 신앙으로 하나님을 굳게 의지해 꿈을 견고하게 지켜낼 수 있었다. 대중과 미술의 거리를 좁히며 국내외에서 많은 전시를 열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수경(서울 예닮교회 집사) 작가의 이야기다.

24일 서울 성북구의 한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제 작품의 관심은 늘 몸이었다”며 “의식과 무의식, 실존과 고독 등 인간의 근원적인 고민과 속성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왔다”고 털어놨다.

“인간은 혼자일 때 본성과 본질이 충만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은 벗은 상태에서 외로움과 수치심, 두려움의 극단에 처할 수 있는 동시에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낄 수 있고요. 모든 창작의 시작은 고독과 독백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4대째 신앙을 이어온 전 작가는 “제 인생여정에는 늘 하나님이 함께하셨다”고 고백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힘든 그림 작업을 계속할 때도 “하나님이 제 인생을 책임져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텼다. 수년 전 사랑하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도 기도로 이겨냈다. 지난해 2월 서울대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런 일들이 모두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라고 간증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여인이 되고 싶습니다. 성경 말씀 가운데 살아가는 크리스천인 것이 행복합니다.”

그는 인체를 주로 그리는 미술가다. 그가 몸을 의식한 것은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바비인형에서 시작됐다.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면서 아름다운 몸을 보게 된 것이다. 또한 TV와 스크린에서 원더우먼을 보면서 반쯤 벗은 몸의 여인을 의식했다. 당당하게 땅을 디디고 잘록한 허리에 손을 댄 여신, 강하고 아름다웠다. 그렇게 몸이라는 단어는 그의 마음속에 고상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지닌 눈부신 것으로 각인됐다.

교회에서 듣고 배운 성경말씀과 신앙도 그가 몸을 그리게 된 이유다.

“창세기 1장 27절에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이야기인데, 하나님의 모양과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그 인간의 모습이 궁금했어요.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인간다움을 깨우치게 하는 신의 배려이자 장치인 ‘몸’을 그림의 주제로 삼기로 말이죠.”

그는 인체의 몸을 ‘인체풍경(Bodyscape)’이라고 칭했다. 수묵 목탄 등을 이용한 소묘뿐 아니라 인간의 몸에 지퍼, 고리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조합으로 몸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는 서울대 미대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와 서양화 미술이론을 전공한 뒤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개인전을 14회 열었다. 한국미술 신예작가상(월간 미술시대, 2002년)을 수상했다.

그는 “몸을 대하듯 미술을 하시라 권하고 싶다. 몸은 구체적으로 존재하고 오감으로 세계를 인지하고 자신을 지탱하는 실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성과 감성, 지성과 본능이 생생하고 미묘하게 반응하고 맞물려 있는 몸, 삶의 현실적인 터전으로서의 몸은 늘 새로운 주제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는 미술 영재교육의 필요성과 관련, “우리나라 교육은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해야 우수학생 대접을 한다”며 “국·영·수에만 국한하지 말고 문화·예술·철학·체육 등 다방면으로 개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능력이 나타나는 시기를 정확히 포착해 그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게 그의 교육철학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미술과목 등이 빠진 것도 고칠 점이라고 했다. 그래야 제2의 피카소, 제2의 칸딘스키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는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의 자율성과 독창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을 좋아한다. 늘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갈 길을 묻는다. 일대일 미술 실기교육을 통해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원리와 아름다움을 전파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미술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정부와 교회가 아이들의 미술교육에 적극 나서 주십시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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