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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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월드컵과 난민

입력 2018-06-25 04:05:02


전 세계가 러시아 월드컵 열기로 뜨겁다. 한국 축구에 대한 아쉬움 속에서도 다른 나라와의 경기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와 삶을 잠시 떠올리게 된다. 스웨덴 경기를 볼 때는 인간의 고독과 불안을 통해 영화적 성찰을 하게 만드는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영화들과 집 안에 있는 스웨덴 DIY가구인 ‘IKEA’ 제품들에 눈길이 가기도 했다. 멕시코전 역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멕시코 음식인 타코의 맛과 멕시코 작가 후안 롤프의 환상적 리얼리즘 소설인 ‘빼드로 빠라모’, 멕시코 국경을 배경으로 다룬 영화 ‘시카리오’의 건조하고 충격적 영상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멕시코전 경기가 끝난 뒤에는 채널을 돌리다가 홈쇼핑의 멕시코 여행상품을 잠시 지켜보고, 난민과 이민을 다룬 뉴스를 접하면서 세계의 단면들을 실시간으로 흡수하게 됐다. 얼마 전 멕시코 국경 지대에서 찍힌 아이의 사진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미국의 이민정책을 비난하게 만들었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분쟁으로 이민과 난민의 수는 점점 늘고 세계 문제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최근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몰리면서 국내 여론 역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왜 갑자기 한국으로 난민 신청자가 증가했는가에 대한 물음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데, 국제 사회에서의 정치적·경제적 위치를 고려해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인접국가와 유럽으로의 난민 신청자가 많은 가운데 한국은 15번째 정도로 선택하는 나라가 된다. 무조건적으로 거부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난민보호국임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100년 전 한국을 떠나 멕시코와 하와이로, 제주 4·3과 6·25전쟁 이후 전 세계로 흩어진 조상들은 우리의 슬픈 역사 그 자체다. 유엔난민기구의 전신인 ‘운크라(United Nations Korean Reconstruction Agency)’는 한국 난민을 위한 기구였다. 멕시코전에 패배한 한국 선수들의 눈물과 난민들의 눈물이 겹쳐진다.

김태용(소설가·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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