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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태권도 심사 떨어져 펑펑 울던 아이, 금빛 체력왕됐다

입력 2018-09-07 04:05:01
지날달 15일(현지시각) 자와랏주 반둥시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바레인 경기에 출전한 김진야가 팀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야가 지난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인천=허경구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국가대표 왼쪽 수비수로 이름을 알린 김진야(20·인천 유나이티드)는 일곱 살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또래들과 함께 본 태권도 승급 심사에서 떨어진 게 계기였다. 김진야 어린이는 자존심이 상해 펑펑 울며 태권도를 그만뒀고, 부모님은 김진야를 동네 축구 클럽으로 데려갔다. 축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지난 5일 김진야를 소속팀인 인천 유나이티드 홈구장인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만났다. 김진야는 “제가 처음 배운 운동이 태권도였다. 그런데 심사에서 저 혼자 떨어져 펑펑 울었다”며 “태권도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가 축구 클럽에 데려다 줬다. 축구와의 첫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선택은 그의 인생이 됐다. 김진야는 “제가 처음에는 축구를 좀 싫어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남동초등학교로 전학을 가면서부터였다. 이후 ‘인천 유스’의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광성중학교, 대건고등학교를 차례로 거쳤다. 지난해엔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수차례 연령대별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김진야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체력왕’ ‘성실왕’으로 거듭났다. 연장전 두 번 포함, 7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총 682분, 평균 97.4분을 뛰었다. 팬들은 경기장을 누비는 그의 모습을 보고 “지치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진야는 “어린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누비던 박지성을 보고 자랐다”며 “매순간 성실하게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저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성실왕으로 불리지만, 반항기도 있었다. 중학교 시절 흥분한 탓에 경기장에서 퇴장당했다. 아버지는 “축구를 그만두라”고 호통을 쳤다. 김진야는 마음을 다잡고 더욱 축구에 매진했다. 김진야의 ‘슬럼프 극복 비법’은 ‘연습’이었다. 그는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개인연습 밖에 없었다”며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에 연습하고, 저녁에도 연습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김진야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왼쪽 수비수 애슐리 영의 동영상을 챙겨봤다. 김진야는 “저처럼 오른발잡이인데 왼쪽 수비를 서더라. 왼쪽 수비가 익숙하지 않았던 탓에 동영상을 보고 많이 연구했다”고 말했다.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살도 찌웠다. 그는 “식사는 3∼4끼, 간식도 먹고 하루에 2∼3번 헬스 1대1 개인트레이닝을 받으며 몸과 체력을 길렀다”고 말했다. 노력의 결실이 ‘풀타임 체력왕’이라는 별명이었다. 그는 “이런 별명이 붙여진 것이 영광”이라며 “앞으로 더 성실한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아시안 게임에서 자신의 활약이 몇점 정도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10점 만점에 6∼7점 정도”라고 답했다. 그는 “원래 공격수였기 때문에 수비에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며 “위치 선정이나 맨투맨 수비 등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김진야는 아시안 게임 축구대표팀에 선발된 이후 “부모님께 선물을 드린 느낌이었다. 우승으로 부모님께 기쁨의 눈물을 선사하겠다”고 말했었다. 김진야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뒷바라지했던 부모님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4일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 생신에 아버지에게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걸어드렸다”며 “아버지는 최고의 생일선물이라며 감격해 하셨다”고 전했다.

김진야는 “우선 현재 12위로 K리그 꼴찌인 소속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1부 리그에 잔류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에는 꿈인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천=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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