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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명당’ ‘협상’ 韓영화 빅3와 잔잔한 외화들 [추석 극장가]

입력 2018-09-22 09:05:02
추석 극장가는 올해도 풍성하게 채워졌다. 한국영화가 압도적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사극 ‘안시성’(위 사진)과 ‘명당’이 박스오피스를 초반 승기를 잡았다. 각 영화사 제공
 
추석 극장가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히는 ‘협상’(위 사진)과 연휴 마지막날 출격하는 ‘원더풀 고스트’. 각 영화사 제공
 
외화는 비교적 다양한 장르가 포진해 있다. 위 사진부터 공포물 ‘더 넌’, 멜로물 ‘체실 비치에서’, 성장 드라마 ‘린 온 피트’, 애니메이션 ‘루이스’. 각 영화사 제공


연휴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 줄 문화 나들이 중 가장 부담이 적은 선택은 가까운 극장을 찾는 일일 테다. 올해도 추석 극장가는 푸짐하게 한 상 차려놓고 관객을 맞는다. 예년과 다르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없이 한국영화들끼리 치열한 흥행 대결을 벌이게 됐다. 장르적 성격이 뚜렷한 외화나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들이 선택의 폭을 넓힌다.

사극이냐 현대극이냐

명절 분위기에 걸맞은 장르는 뭐니뭐니 해도 사극이다.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있어 온 가족이 관람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올해는 특히 사극 대작 세 편이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김명민 주연의 ‘물괴’가 지난 12일 포문을 열었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안시성’과 ‘명당’이 19일 뒤를 이었다.

‘물괴’는 이미 흥행세가 한풀 꺾인 분위기다. 조선시대 도성에 괴생명체가 나타났다는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으나 기대만큼 화제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달 29일 개봉해 입소문을 탄 스릴러물 ‘서치’가 복병이었다. SNS 등 온라인에서 사건의 단서를 찾아가는 신선한 형식이 관객의 호평을 얻었다.

‘안시성’과 ‘명당’은 나란히 박스오피스 1, 2위에 오르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안시성’은 5000명에 불과한 병력으로 당나라 20만 대군에 맞서 승리한 고구려 안시성 전투를 소재로 한 액션 블록버스터. 조인성이 주인공 양만춘 장군을 연기했고, 남주혁 배성우 엄태구 박병은 김설현 등 화려한 출연진이 가세했다.

이 영화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스토리가 단조로운 반면 장대한 볼거리를 갖췄다. 순제작비 180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전투 장면에 거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공격하고 방어하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자칫 지루함이 느껴질 만도 한데, 김광식 감독은 극에 리듬감을 가미하는 연출 기법으로 영리하게 이를 비켜간다.

‘명당’은 ‘관상’(2013) ‘궁합’(2018)에 이은 ‘역학 3부작’의 완결판.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상상력을 보탠 팩션 사극이다. 땅의 기운을 읽어낼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이 몰락한 왕족 흥선(지성)과 손잡고 명당을 통해 왕위를 차지하려는 세도가 장동 김씨(백윤식) 가문의 계략에 맞서는 내용을 그린다.

후반부로 갈수록 소재와 주제가 응집되지 못하면서 맥이 빠져버리는 지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열연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다. 조승우 지성 백윤식이 중심축을 이루고, 문채원 김성균 유재명 이원근 등 조연진이 각자의 개성을 가미한다.

손예진과 현빈이 주연한 ‘협상’은 추석 시즌 ‘빅3’ 중 유일한 현대극으로 관심을 모았다. 태국 등지에서 무기 밀매업을 일삼던 민태구(현빈)가 한국인 기자와 경찰, 민간인을 납치해 인질극을 벌이는데, 제한시간 내에 그를 멈추게 하기 위해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모니터를 사이에 놓고 두 배우가 벌이는 협상 과정이 시종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범죄 오락물답게 꽤나 흡인력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부드럽고 선한 이미지로 사랑받아 온 현빈이 생애 처음 악역에 도전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완성해냈다. 손예진은 이번 추석 대전에 뛰어든 유일한 여성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마동석과 김영광이 함께한 코미디 ‘원더풀 고스트’는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 출격한다. 딸밖에 모르는 유도 관장(마동석)의 눈에 어느 날 경찰 출신 청년(김영광)의 영혼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동네에서 벌어지는 사건 수사에 나서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액션과 유머, 인간미를 한데 버무려내는 지점에서 마동석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다.

장르물을 원하신다면

외화 가운데는 눈에 띄는 대작이 없다. 대신 비교적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준비돼 있다. 공포물 ‘더 넌’과 멜로물 ‘체실 비치에서’, 성장 드라마 ‘린 온 피트’다.

‘더 넌’은 ‘컨저링’ 1·2편, ‘애나벨’ 1·2편에 이은 ‘컨저링 유니버스’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루마니아의 수녀원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다룬다. ‘컨저링’ ‘애나벨’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스핀오프(Spin-off·원작에서 파생된 작품)로, ‘컨저링2’의 수녀 모습을 한 악령 ‘발락’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앞서 개봉한 해외 반응은 폭발적이다. 북미 등 54개 국가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체실 비치에서’는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지인 체실 비치에 도착한 플로렌스(시얼샤 로넌)와 에드워드(빌리 하울)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택하고, 차츰 서로가 알지 못했던 사랑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로케이션과 음악, 미술, 의상 면에서 두루 빼어난 성취를 보여준다. ‘캐롤’ ‘노예 12년’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린 온 피트’는 따뜻하고도 짙은 감성을 다룬 수작이다. 기댈 곳이 필요했던 15세 소년 찰리가 린 온 피트라는 이름의 경주마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이디 버드’의 제작사 A24가 선보이는 신작으로, 장면마다 황홀한 미장센을 담아낸다. 주인공 찰리 역의 배우 찰리 플러머는 이 작품으로 제7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어린이와 함께 볼 만한 애니메이션도 여럿 된다. 이목을 끄는 건 ‘루이스’다. 우연히 TV 홈쇼핑에서 본 마사지 매트를 사기 위해 지구에 내려온 외계 삼총사와 12세 소년 루이스의 좌충우돌 모험기. ‘유럽의 픽사’라 불리는 율리시스 필름프로덕션의 작품으로 ‘슈퍼배드’ ‘마이펫의 이중생활’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제작기간은 무려 6년이 소요됐다. 올 추석 개봉 애니메이션 가운데 단연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

보다 낮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TV 방영 애니메이션들도 극장판으로 만날 수 있다. 귀여운 캐릭터들을 통해 교훈적인 스토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극장판 뽀잉: 슈퍼 변신의 비밀’과 ‘극장판 요괴워치 섀도사이드: 도깨비왕의 부활’ ‘에그엔젤 코코밍: 두근두근 핼러윈 파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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