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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설가 나카무라 후미노리 “난 인간 내면 어둠 썼지만, 독자들은 빛·선의에 이끌려”

입력 2018-10-22 04:05:02
일본 소설가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지난 18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책을 읽으면 사람의 내면을 상상하는 습관이 생긴다. 책은 공감의 매체”라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우울하고 어두운 이미지다.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한 ‘교단 X’, 소매치기를 다룬 ‘쓰리’, 고아가 주인공인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일본 소설가 나카무라 후미노리(41)는 인간 내면의 악의와 어둠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오에겐자부로상과 아쿠타가와상 등을 수상했다. ‘교단 X’는 일본에서 50만권 이상 팔리는 등 그는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고루 받고 있다.

후미노리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왜 인간의 악의나 욕망에 집중하느냐는 질문에 “작가가 밝은 것만 쓴다면 그건 거짓말”이라며 “나는 인간의 깊은 상처나 욕망 등 내면의 깊은 어둠을 그리고 싶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도쿄 지하철에 독가스를 살포한 옴진리교 사건을 모티브로 한 ‘교단 X’에 독자들이 열광한 것은 전반부 분위기를 압도하는 어둠이 아니라 후반부에 드러나는 빛, 인간의 선의에 이끌렸던 것이라고 본다”면서 “작품의 소재는 밝지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악에 도전한 이들이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

어두운 소재를 많이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후미노리는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어릴 때 인간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 고등학교 땐 학교에 못 갈 정도로 우울한 날이 많았다”며 “그때 ‘인간실격’을 읽은 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고 큰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 나도 악의, 고통, 좌절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주인공은 좌절 속에 자살을 기도한다. 문학 속 패배한 인간이 후미노리에겐 ‘구원’이 됐던 셈이다. 그는 “내 독자들도 어두운 내 소설을 읽고 위로를 받는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후미노리는 상당히 쾌활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나를 직접 만난 사람들은 소설과 달리 밝아 보인다는 얘길 많이 한다”며 밝게 웃었다.

실제 성격이 어떤지 물었다. 후미노리는 “우울하고 내성적인 편이다. 그래도 작품 활동을 하면서 친구도 많이 생기고 밝아졌다”며 “특히 일본에서 작업실에 틀어박혀 소설만 쓰다가 이렇게 한국에 와서 구경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니까 내 안에 ‘선의’가 많아져서 즐겁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일본으로 돌아가 만원 지하철을 타면 또 내 안에 ‘악의’가 불타오를 것”이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현재 일본 남자와 베트남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도망자’를 쓰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까지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문학포럼 참석차 다섯 번째 내한했다.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에서 초청을 받으면 열 일을 제쳐놓고 온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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