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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여행] 차가운 雪國서 따뜻한 휴양을... ‘러브 레터’ 고장 日 홋카이도

입력 2018-12-20 04:05:01
일본 홋카이도의 활화산인 쇼와신산 너머로 도야호와 나카지마섬이 황홀한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1943년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쇼와신산은 흰 눈 덮인 붉은 바위가 파란 호수와 어울려 이색적인 풍광을 그려내고 있다.
 
삿포로 TV 타워에서 내려다 본 오도리공원(위). 눈 내린 삿포로 거리를 비추는 주황빛 조명.
 
노보리베쓰 온천마을의 지옥계곡(위). 옛 도청사 건물 앞에서 기념사진 찍는 연인.
 
눈 내리는 삿포로 시로이코이비토 파크.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는 겨울의 폭설과 설경으로 유명하다. 흰 눈으로 뒤덮인 곳에서 ‘오겡끼 데스까!’를 외치는 영화 ‘러브 레터’의 촬영지다. 눈 위에 눈이 고생대 지층처럼 쌓이고, 맑은 것으로 예보된 날에도 눈발이 흩날리는 ‘설국’이다.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노란색 가로등 불빛이 내려앉은 거리에 서면 차가움 대신 따스함이 느껴진다.

도청 소재지 삿포로(札幌)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같은 북위 43도에 위치한다. 삿포로 중심부에 오도리공원이 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폭 65m, 길이 1.5㎞의 도심공원으로 삿포로의 대표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매년 시기에 맞춰 눈꽃축제, 맥주축제 등이 개최된다. 공원 동쪽 끝에 우뚝 솟은 삿포로 TV 타워에 올라서면 공원이 발아래 길게 뻗어 있다. 연말을 맞아 크리스마스트리 모양, 꽃 모양 등 수많은 조명이 밤 풍경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다정한 부부나 연인 등이 사진 찍으며 추억을 담는다.

오도리공원에서 가까운 곳에 붉은 벽돌을 이용해 네오바로크 양식으로 건축한 옛 도청사 건물이 있다. 1888년 세워질 당시 추위 방지를 위한 이중문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인근에는 1세기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삿포로 시계탑도 명물로 꼽힌다.

삿포로에서 230번 도로를 타고 남서쪽으로 약 103㎞, 1시간 반 정도 달리면 ‘내륙의 바다’ 같은 거대한 호수를 만난다. 일본 100경 및 세계 지오파크에 등록돼 있는 칼데라 호수 ‘도야(洞爺)호’다. 화산활동으로 함몰된 자리에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호수는 일본에서 9번째 큰 면적을 자랑한다. 가운데 4개의 섬이 있다. 도넛 모양의 호수는 둘레만 43㎞에 달하고 동서 직경 10㎞, 남북 직경 9㎞에 이른다. 최대 수심은 180m, 평균 수심은 117m라고 한다.

호수 물빛이 투명하기로도 유명하다. 호수에 아름다운 여신이 살고 있어 호수에 빠진 한 남자가 다시는 육지에 올라오지 않았다는 전설이 내려져 온다. 그만큼 풍경이 수려하다. 특히 일본 최북단에 있으면서도 얼지 않는다. 덕분에 겨울에도 호수에서 50분가량 유람선을 즐길 수 있다. 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나카지마섬에 도야호산림박물관이 있다. 여름에는 섬에 내려 트레킹을 즐길 수 있지만 겨울철에는 유람선에서 눈으로만 본다. 때문에 유람선을 타는 대신 호숫가를 거니는 쪽을 택하는 이도 많다.

호수 남쪽 주변에 온천마을이 형성돼 있다. 도야호 경관을 호사스럽게 즐기기에는 높은 자리에 성처럼 솟아있는 윈저호텔이 좋다. 2009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열린 호텔이니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만하다. 하지만 명소는 따로 있다. 도로 바로 옆에 있는 도야 선 팔레스 리조트 & 스파다. 야외 온천 대욕장에서 온천을 즐기며 도야호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다.

남쪽 호숫가에 성층화산인 우스산(有珠山)과 쇼와신산(昭和新山) 등 화산이 있다. 쇼와신산은 해발 400m 남짓 되는 종 모양의 기생화산으로 일본의 특별 명승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원래 보리밭이었지만 1943년 화산활동이 진행돼 산으로 변했다. 더 이상 분화는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활동하고 있어 지표 온도가 300도를 넘고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한겨울 추위에도 뜨겁게 느껴지는 수증기를 내뿜는 붉은색 바위 위에 하얀 눈이 쌓인 풍경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도야호에서 나와 홋카이도자동차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면 노보리베쓰(登別)에 닿는다.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온천마을 직전에 노보리베쓰 다테 지다이무라(시대촌)가 있다. 우리나라 민속촌 같은 테마파크다. 에도 시대의 대중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전통마을이 조성돼 있고 닌자쇼, 사무라이쇼, 오이란(花魁)쇼 등 시간대별로 다양한 전통쇼가 펼쳐진다. 오이란은 에도 시대 대표 유곽지대인 요시와라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던 유녀(遊女)다. 일본어를 몰라도 입담과 현장감·박력감으로 흥미를 갖게 한다.

노보리베쓰 온천은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온천이다. 풍부한 용출량과 뛰어난 온천수질로 유명하다. ‘온천 백화점’이란 별명답게 유황천, 식염천, 명반천, 망초천, 산성천 등 성분만 수십 가지다. 일본 온천마을은 대부분 전통의 느낌이 강한 데 이곳에는 서구적인 느낌의 건물들이 적지 않다. 약 20개의 온천호텔들이 밀집해 있다.

온천마을 위쪽에 독특한 지형과 풍경을 지닌 ‘지옥계곡’이 있다. 약 1만년 전 활화산 흔적으로 길이 450m, 면적 11㏊에 달한다. 산책로를 따라 천연 족탕 및 온천수로 뒤덮인 대형 늪을 지나는 30분 정도 트레킹도 가능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하얀 수증기가 사방에서 피어오르고 유황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군데군데 생성된 간헐천에서 온천수가 보글보글 솟구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여행메모

인천∼삿포로 2시간 30분 국적기 직항, 운하 주변 붉은 건물… 오타루 여행 필수


인천공항에서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까지 항공편으로 약 2시간 30분 걸린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모두 직항편을 운항한다.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하면 스마일 로드에서 도라에몽, 키티, 로이즈 초콜릿 등의 테마파크를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신치토세 공항 근처에는 공항 셔틀로 이동 가능한 ‘Rera’라는 프리미엄 아울렛이 있어 가벼운 쇼핑도 가능하다.

한겨울 홋카이도를 여행하려면 방한에 신경 써야 한다. 눈밭을 걸어야 하니 방수 신발은 필수다. 일반 여행객이 홋카이도 여행 중 가장 즐기는 음식은 ‘게’다.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과자 시로이코이비토(하얀 연인)도 빼놓을 수 없다.

삿포로에서 기차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항구도시 오타루는 영화 ‘러브 레터’의 촬영지로 이름났다. 오르골당이 유명하며 운하가 있어 운치 있고 아기자기하다. 운하를 중심으로 즐비하게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은 옛날 상업이 번성했던 시기의 창고다. 겨울철 오타루 눈빛거리 축제는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삿포로(일본 홋카이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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