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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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쓰인 땅에서 30년 … 그들 눈으로 만나는 하나님

입력 2018-12-21 00:05:01




성경 구약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지역에 살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 시대의 문화적·지리적 특징을 헤아리지 못한 채 문자 그대로 읽기엔 한계가 많다.

새 책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선율)은 지난 30년간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중근동에서 지냈던 김동문 선교사가 그 땅의 시선으로 읽어낸 성경 이야기다. 그곳에서 김 선교사가 만난 하나님은 누구보다 낮은 자를 사랑하신 분이었다. 책 제목 앞에 ‘낮은 자의 하나님을 만나는’이란 수식어가 달려있는 이유다.

저자는 창세기에서 시작해 구약 성경의 18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브라함과 이삭, 광야의 메추라기, 로뎀나무, 솔로몬의 일천번제 등 유명한 내용들을 새롭고 낯설게 풀어낸다.

가령 인간의 창조와 관련된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 2:7)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7)란 구절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저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가 다신교 사회였음을 설명하며 해당 구절의 의미를 되살려낸다. 당시 인간은 신이 감당하기 힘든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생 죽어라 일할 운명을 타고 났다고 생각했다. 여성의 존재감은 더더욱 없었다. 저자는 신 중심의 문명에서 살던 사람들에게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말씀과,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선포한 창세기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크나큰 사랑을 보여주는 것임을 읽어내고 있다.

낮은 자를 향한 하나님의 시선으로 성경을 읽어내는 저자의 관점은 따뜻할 뿐 아니라 머릿속 익숙한 해석을 전복시킨다. 흔히 우리는 아들을 바치려 했던 아브라함의 순종을 크게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인신제사가 흔했던 시기에 아버지를 따라 번제단 위에 말없이 누워있던 이삭의 순종과 그의 아픔까지 헤아렸던 하나님의 사랑을 더 크게 부각시킨다.

‘광대뼈’라는 필명을 쓰는 신현욱 목사의 그림은 그 시대와 오늘날의 현실을 절묘하게 엮어낸다. 얼핏 보면 가벼운 성경 길잡이용 그림책 같지만 내용과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당대 문화에 대한 해설은 해박하고 그림과 어우러진 해석과 묵상은 깊이가 있어 예상을 뛰어넘는 울림을 준다 .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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