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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으로 마음의 상처 치유… 장애인에게 희망 주고파”

입력 2018-12-26 19:40:01
청각장애를 딛고 10년째 무용을 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이론과 학생 김다솔씨가 26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청각장애로 힘든 삶에서 무용은 나를 보듬어 주는 유일한 친구였고 행복을 되찾게 해줬어요.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도 나를 보며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26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이론과 3학년인 김다솔(21)씨를 만났다. 그는 청각장애를 딛고 10년째 무용을 해왔다. 김씨는 “평생 말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딸이 한국무용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자 어머니가 매우 기뻐하셨다”고 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청각장애를 앓았다. 부모는 딸의 미래가 막막했다. 매일 딸을 위해 기도했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전국에서 단 한 명에게만 주는 인공와우이식수술(인공 달팽이관을 삽입해 전기 신호로 소리를 듣게 하는 수술) 지원금을 김씨가 받게 된 것이다. 수술비용은 5000만원이었다. 국가지원금과 교회, 친지들의 도움으로 김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일곱살 때 수술을 마쳤다.

수술 후에도 김씨에겐 어려움이 많았다. 시끄러운 기계음에 익숙해지는 것도, 말을 배우면서 언어재활을 해나가는 것도 힘들었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소리를 듣기가 특히 어려웠다. 같은 얘기를 몇 번씩 되묻자 친구들은 그에게서 멀어졌다. 학교에 가기 싫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상한 마음에 하늘을 보며 걷던 김씨의 눈에 무용학원 간판이 보였다. ‘무용을 해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문을 두드렸고 곧 무용에 푹 빠졌다.

김씨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위해 남보다 10배는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일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 반복해 음악을 들어야 겨우 리듬을 익힐 수 있었다. 새로운 곡을 완전히 익히는 데 몇 개월씩 걸렸다. 돌발 상황도 많았다. 공연 도중 한 바퀴 도는 동작을 할 때 인공와우기계가 떨어진 적도 있다. 머리에 비녀를 꽂다 선이 끊어져 음악이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겨우 공연을 마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무용을 그만둘 수 없었다. 김씨는 “춤동작은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표현이다. 무용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자신을 보면서 다른 농아들이 희망을 가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이 10월 24일 개최한 ‘인공와우이식수술 1500회 기념 행사’에서 고향인 충남 서천의 무형문화재인 공작부채춤을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서울국립농학교에서 그동안 겪은 어려움과 극복의 과정을 농아들에게 전했다. 김씨는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어디든지 가겠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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