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와 2010년대 성인이 된 중국의 젊은이들, 이른바 바링허우(80後) 세대는 고속성장기에 자유와 서방의 문화를 누리면서 살았다. 그들은 원하는 사랑을 하고, 맘껏 여행하고, 비싼 옷을 사면서 자아를 느낀다. 그들은 엄혹한 문화대혁명 시대를 견디고 19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이전 세대와는 깊은 골이 있다. 그들은 이기적이란 지적을 받지만 그들도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
쉬안 줄리아나 왕은 단편소설 홈 레머디스(Home Remedies)에서 구세대와 단절되고 정체성 혼란을 느끼는 중국 젊은이들의 삶을 12개의 스토리를 통해 그려냈다. 저자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나 어려서 미국 LA로 이주했다. 소설에선 중국 시골 마을과 공장에서부터 베이징과 LA 등 대도시까지 각계각층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민자의 딸인 12살 루시는 뉴욕의 차이나타운에서 산다.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부모는 맞벌이로 아침 일찍 나가고 아이들만 남겨진다. 비좁은 집과 주변의 냄새는 누구나 그리는 미국 생활과 너무 다르다. 한 푸얼다이(富二代·부유층 2세)는 지나치게 특권을 과시하고 무분별한 행동을 하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다시 도피한다. 반대로 예의 바른 25세의 중국 공장 노동자가 물질적인 안정을 위해 미국에 사는 부유한 다운증후군 소녀와 결혼을 하는 사례도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